'라쿠텐전 부진' 류현진, 어차피 실전용이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2.26 07: 44

지난 2006년 3월18일.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대전구장에서 한화와 SK의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됐다. 이날은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의 프로 첫 공식경기 등판이 있었던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류현진의 성적은? 선발 최영필에 이어 4회 두 번째 투수로 나온 류현진은 2이닝 동안 4피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했다. 박재홍에게 홈런을 맞는 등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직구 최고 구속은 150km였다.
데뷔 첫 해 시범경기에 2차례 등판했던 류현진은 1승1패 11⅔이닝 6실점으로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해 류현진은 프로야구 최초로 MVP, 신인왕을 동시 석권했다. 류현진에게 시범경기는 결과보다 과정이었다. 당시 한화 코칭스태프는 류현진의 과정을 높이 평가했고 선발진에 포함시켰다. 좌완으로서 최고 150km를 던지는 구위와 얻어맞지 않고, 과감하게 던지는 류현진의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 괴물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년차가 된 2007년에도 시즌 전 류현진을 향한 시선에는 불안과 우려가 뒤섞였다. 그해 3월18일 제주 오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 심정수에게 홈런포를 얻어맞는 등 2이닝 5피안타 2볼넷 6실점으로 난타당한 탓이었다. 그해 2차례 시범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9.00.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가 나왔고 그해 류현진은 다니엘 리오스만 아니었다면 골든글러브를 차지할 토종 최고 성적을 냈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었다.

2008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3월22일 대전 두산전에서 시범경기 등판을 가졌는데 3이닝을 4피안타 1볼넷 4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다. 하지만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까지 찍혔고, 그해에도 류현진은 14승을 따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직전 대표팀 자체 평가전에서도 류현진은 2이닝 3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정작 대회 본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2차례의 대만전에서 선발로 나와 호투하며 금메달을 견인했다.
류현진은 지난 25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올 시즌 첫 실전등판을 가졌다. 1이닝 동안 9타자를 상대로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한대화 감독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는데 오늘은 안 좋았다"며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에이스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다.
오히려 류현진의 직구 구속이 149km까지 올라왔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습경기는 어디까지나 연습경기일 뿐이다. '절대 에이스' 류현진은 지금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없는 입장이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눈도장이 필요한 선수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굳이 라쿠텐전의 부진한 피칭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 지금은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과정일 뿐이다. 어차피 류현진은 실전에 강한 실전용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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