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시리즈는 SK의 싱거운 4연승으로 막을 내렸다. 패장이었던 삼성 선동렬 감독은 "상대해 보니 SK가 강하기는 강하다"면서도 "SK 야구는 선발투수의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야구가 이상하게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이게 어떤 식의 야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SK는 모두 선발투수를 5회가 끝나기 전 강판시켰다. 4경기 평균 4.75회의 투수교체를 했다. 막강 불펜을 중심으로 한 템포 빠른 투수교체로 승부를 봤다. 이른바 벌떼 마운드였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벌떼'라는 표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대만과의 클럽 챔피언십에서 대만 취재진으로부터 벌떼 마운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감독은 "여기에서까지 벌떼 마운드라는 말을 들을지는 생각도 못했다"며 "선발투수의 개념없이 투수 6~7명을 쓰니까 그런 말이 나오지 않나 싶다. 구원투수에 중점을 두면서 투수진을 운용했고, 이것이 바로 SK 팀컬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SK의 마운드는 결코 벌떼 마운드 아니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지난 2007년 이후 4년간 SK의 경기당 평균 투수교체는 3.44회. 같은 기간 동안 투수교체가 가장 많았던 팀은 SK가 아니라 LG(3.49회)였다. SK는 LG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 4년간 리그 평균 투수교체가 3.18회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SK가 조금 많이 투수를 교체한 건 사실이다. 특히 SK는 2007~2008년 2년 연속 투수교체가 가장 많은 팀이었다. 2007년 3.67회, 2008년 3.83회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벌떼 마운드였다.

하지만 2009년 3.18회로 리그 전체 5번째로 수치가 뚝 떨어지더니 지난해는 3.13회로 리그에서 3번째로 투수교체가 적은 팀으로 변모했다. 경기시간도 평균 3시간7분으로 삼성과 함께 3번째로 빠른 팀이 SK였다. 리그 평균 경기시간(3시간8분)보다 빨랐다. 물론 SK의 투수운용이 특별한 건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선발이 5회를 못 채우고 조기강판된 경우가 55차례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퀄리티 스타트도 53회로 3번째로 많았다.
최근 2년간 SK 마운드는 벌떼라기보다 결단이 빠른 속전속결 스타일이었다. 결과도 좋았다. 지난해 SK는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55경기에서 27승28패를 거두며 5할대에 근접한 승률을 냈다. 나머지 7개 구단의 선발투수 5회 이전 조기강판시 성적은 68승226패4무. 무승부를 제외한 승률이 고작 2할3푼1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SK의 승률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다.
확실한 건 지난 4년간 SK 마운드가 가장 강했다는 사실이다. SK는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있다. 종전 최다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 기록은 1988~1987년 해태, 1990~1991년 해태, 2000~2001년 현대가 기록한 2년 연속. 하지만 SK는 3년을 넘어 4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만큼 투수력에 있어 기복이 없다. 이렇게 오랜 기간 마운드를 강하게 꾸릴 수 있는 힘. 벌떼가 아니라 매직이라 칭해야 옳을지 모른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