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로 나가서 146km까지 찍었어요".
SK 붙박이 3루수 최정(24)이 새로운 외국인 투수 짐 매그레인(33)에게 자랑삼아 한 말이었다.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 캠프에서 훈련 중이던 최정은 최근 발목이 삐긋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야수 훈련 대신 투수들과 함께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이 때 간단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던 최정은 매그레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지난 2009년 투수로 나갔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 때 내가 146km짜리 직구를 던졌어요".
그날이 6월 25일 광주 KIA전이었고 연장 12회말 마지막 수비 때 투수로 나섰다는 것을 이야기하진 않았다. 하지만 고교 때 투수였으며 여전히 146km를 던진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항상 직구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매그레인으로서는 눈이 동그랗게 떠질 만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최정을 본 선배 투수들이 슬슬 장난을 걸었다. "정이는 투수를 해도 되겠더라"면서 칭찬한 김원형은 "구속도 140km대 중반까지 나온 것 같던데 이 참에 투수로 바꿔라"고 슬쩍 최정의 기분을 올렸다.
그러자 최정은 기분이 좋은 듯 "그날 안치홍에게 던진 두 번째 공이 3루타가 되지만 않았어도 해낼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웃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투수가 더 소질 있는 것 아니냐", "투구폼이 멋있었다"며 최정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정은 결연했다. "그날 경기를 하일라이트로 봤다"는 최정은 "잘 던졌다고 생각하면서 동영상을 틀었다. 그런데 그것을 보는 순간 투수를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이유에 대해 최정은 "확실히 투수가 던지는 볼과 내 볼은 다르더라. 146km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투수처럼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볼이 포물선을 그리더라"면서 "볼 끝에 전혀 변화가 느껴지지 않더라. 그냥 곧장 들어가니까 바로 얻어 맞을 수 밖에 없다"고 입맛을 다셨다. 이어 "투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더라.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정은 포지션과 관련해 상당히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2005년 1차 지명으로 SK에 입단한 최정은 3루수와 함께 1루수도 겸했다. 그러다 2006년에는 포수로 두 이닝을 소화한 적이 있었다. 고교 때 포수를 자주 봤던 경험 때문이었다. 또 2009년 3월 열린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유격수로 잠시 나서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정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최정은 "거포이면서도 중심타자가 돼야 하는" 포지션이 3루수라고 믿어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 최정은 항상 2인자였다. 골든글러브만 봐도 항상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가 3루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범호를 비롯해 김동주, 김상현, 이대호 등에게 번번이 밀렸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최정은 "언젠가 분명히 타이틀을 하나 따내고 싶다"고 분명한 목표를 설정했다. "3루에서 한 번도 내가 맨 앞에 불린 적이 없다"는 최정은 "실력으로 언젠가 골든글러브를 따내고 정식 타이틀 하나 정도는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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