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내야수 정원석(34)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베테랑이지만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는다. 그런 그가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는 말을 아꼈다. 3루수 변신이라는 부담스런 숙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정원석이 잘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 정원석도 "말보다 플레이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였다. 그는 말 대신 플레이로 보여주고 있다.
정원석의 방망이가 뜨겁다. 아직 시범경기도 아니고 연습경기일 뿐이지만 그야말로 불꽃타를 터뜨리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간 뒤 치른 6차례 연습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터뜨렸다. 6경기 연속 안타. 성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더 놀랍다. 23타수 12안타로 타율이 무려 5할2푼2리에 달한다. 특히 지난 24일 요미우리전에서 4타수 4안타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원석은 6경기 모두 3번타자로 선발출장하고 있다. 중심타자로 기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타격은 이기적이지 않다. 12개의 안타 가운데 당겨서 좌측으로 보낸 타구는 하나밖에 없다. 절반에 해당하는 6개를 오른쪽으로 밀어친 우전 안타이며 4개가 가운데로 날아간 중전 안타였다. 내야 안타도 하나 있는데 이마저도 2루수와 유격수 사이에서 걸린 타구였다. 철저하게 밀어치는 타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원석의 원래 타격에 자질이 있는 선수였다. 지난해 두산에서 방출돼 한화에 새둥지를 튼 첫 해부터 규정타석을 채우며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한대화 감독은 "정원석이라도 안 데려와으면 어쩔뻔했나"라고 할 정도로 한화 유일의 3할 타자로 활약했다. 올해는 3루수 변신이라는 특명을 안았다. 정원석은 "3루가 많이 힘들기는 하지만 못하면 욕 먹는다"며 더욱 이를 갈고 있다. 6경기에서 3루 수비 실책도 하나뿐이다.
3루수 변신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장타 욕심도 부리지 않는다. 안타 12개 중 장타는 2루타 1개뿐이다. 정원석은 "괜히 장타에 욕심내서 힘들어가면 안 된다"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화 타선이 장타 부재에 시달리고 있지만 확실하게 안타를 치고 출루할 수 있는 타자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원석의 불꽃타는 더욱 두드러진다. 정원석은 "지난해 활약했던 게 반짝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석이 3번타자 3루수로 연착륙한다면 한화는 지난 겨울 놓친 이범호에 대한 아쉬움도 지울 수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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