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요즘 TV 속 각종 정보 프로들에 빠지지 않는 인기 코너가 바로 맛집 소개다. 그런데 여기서 소개되는 식당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음식이 나올 때마다 기다리던 손님들이 박수치며 일어나고 둘째는 음식을 채 넘기기도 전에 엄지 손가락 치켜들어 '끝내준다'를 합창하며 셋째는 대박집 주인들의 "남기기 보다 퍼주는 장사"라는 비결 공개다.
어디 이뿐일까. 손님 주문을 받고는 강으로 나가 그물을 던지는 민물 매운탕집이나 밭으로 각종 채소 따러 가는 고깃집들도 부지기수다.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야 맛있다"는 건데 실제 식당 운영에서 이런 여유(?)가 가능한 일인지 궁금할 뿐이다.

어쨌건 맛집 소개 카메라들은 어찌나 귀신처럼 타이밍을 포착하는 지 상황과 현장들을 클로즈업 화면으로 기가 막히게 그려낸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짜고치는 고스톱인건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시사다큐를 타이틀로 내건 프로들조차 꺼리낌없이 당연하다는 듯 작가나 PD의 의중대로 설정 화면을 찍고는 마치 사실 그대로인냥 방송하는 게 정보프로들의 실상이다. 이미 일부 프로에서 조작 논란이 일었을 때, '설정은 조작과 다르다. 방송을 위해 어쩔수 없는 부분'는 제작진의 해명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시청자에게는 별다른 설명없이 마치 사실이냥 방송한다면 문제다. 최근 잦은 조작과 거짓 시비로 혼쭐나고 있는 'VJ 특공대'가 대표적인 경우다. 제작진의 소개는 이렇다. '다큐멘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묻혀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섹션다큐'라고 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라면 얘기는 조금 복잡해진다. 고정관념을 깨겠다고는 했어도 다큐라면 무엇보다 사실성이 강조된다. 재미와 사실의 두 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비의 발단은 다큐가 다큐답지 않은 일들을 계속하는데서 발생하고 있다. 다큐를 찍는 데는 오랜 시간 엄청난 공이 들어간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기를 무작정 기다려야되는 때문이다. 자연이나 생태 다큐멘타리 대작은 촬영기간이 수 년을 넘어 10년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외주 제작사가 만드는 'VJ 특공대'의 경우 시간에 쫓기며 뚝딱 만들어진다. 요즘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간 역할 관계를 봤을 때 제작 경비도 충분치 않을게 분명하다. 당연히 대다수 방송 내용이 설정으로 만들어질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논란이 일었던 이번 '중독' 편에서는 카레이서 시비 말고도 연예인 지망생 중독자(?)들이 방송을 탔다. 그 중의 한 명은 고향집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부터 버스를 타고 서울에 자리잡은 뒤 동네 미니수퍼 주인 아줌마 앞에서 노래하며 격려까지 받는 에피소드가 소개됐다. 만약 이 과정 모두를 실제 상황으로 촬영했다면 'VJ 특공대' 제작진은 조물주 수준임에 분명하다.
'VJ 특공대'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을 뿐, 지상파와 케이블을 불문하고 다른 TV 정보 프로들도 똑같은 폐단을 안고 있다. 다큐나 교양, 정보 프로보다 실제 예능에 더 가까운 이들이 지금의 시청자 불신을 벗어날 방법은 단 한가지다. 재연이나 설정의 경우 이를 자막으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시청자들도 TV 속 페이크 다큐에서 예능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건 아니니까 말이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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