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나고 모두가 클럽하우스를 떠났다. 60명이 넘게 사용하는 라커룸 가운데 두세 개의 의자만 아직 라커 앞으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경기장에 남아 있다는 증거였다.
그 중 하나는 한국계 메이저리그 타자 최현(23, 미국명 행크 현 초이 콩거)의 의자였다. 최현은 경기 후 따로 어깨 근력 운동을 하며 올 시즌 메이저리거 꿈을 키우고 있었다.
최현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 위치한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시범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를 기록하고 5회 교체됐다.

시범경기 특성상 60명이 넘는 선수가 참가한 만큼 전 타석을 소화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최현의 경우 선발 '클린업 트리오'로 출장했다는 점, 그리고 첫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해 오늘 경기에서 자신이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최현은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OSEN과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오늘 홈런과 안타가 적절히 나오며 승리를 거뒀다. 나 역시 첫 안타를 쳐서 기분이 좋다. 구로다는 좋은 투수다. 볼카운트 1-2에서 직구였다"고 말했다.
최현은 2회말 첫 타석에서 다저스 선발 일본인 우완 투수 구로다 히데키를 상대로 직구를 받아 쳐 깨끗한 우전안타를 연결했다. 에인절스의 시범경기 첫 안타가 최현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그러나 최현은 후속 타자 제프 메티스가 유격수 앞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득점에는 실패했다.
최현은 4회말 본인 타석 바로 앞에서 마크 트럼보가 다저스 구원 투수 루비 데 라 로사를 상대로 중월 투런 홈런을 터뜨려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 "아니다. 무엇보다 캠프에서 꾸준히 타이밍을 잡는데 주력한 만큼 가볍게 중견수 방면으로 치려고 하는데 집중했다"며 "홈런을 노리지 않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5회 교체 후 덕아웃에서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자 "불펜으로 가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투수들의 공을 받아줬다. 그래서 오늘 처음부터 끝까지 뛴 거나 마찬가지"라고 농담을 건넸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현은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집에 가서 푹 자면 평소와 똑같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선발로 출장한 선수들은 다 집에 갔는데 왜 혼자 남아 있냐고 묻자 최현은 "보통 때와 같이 어깨 근력 강화 훈련을 했다. 누가 이야기 해서 한다기 보다 팀에서 내게 짜준 프로그램이 있고,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할 뿐"이라며 당연하다고 말했다.
에인절스 선수단 중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 올 시즌 개막 25인 엔트리 가능성도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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