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로도 계투로도 믿음직한 활약을 기대하고 있고 연습경기 페이스도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다. 좌완 이현승(28. 두산 베어스)이 2011시즌을 맞는 각오는 겸허하고도 비장하다.
지난 2009년 말 금민철(넥센)과 현금 10억원의 반대급부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현승은 지난해 팔꿈치, 어깨, 허리 부상과 심리적 부담이 겹치며 3승 6패 2세이브 4홀드 평균 자책점 4.75에 그치고 말았다. 그와 함께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또한 일찌감치 물건너가고 말았다. 친구 안지만(삼성)이 금메달 획득에 기뻐하고 있을 때 그는 병원에서 허리 치료에 힘써야 했다.

"아프니 야구 집중이 안 되더라구요. 군대 문제도 있고 팔도 아프고. 머리가 복잡해서 야구에 집중이 안 되던 시기였습니다. 지난해 절 돌아보면서 '이제는 더 내려갈 곳도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투 이현승의 지난해는 뛰어났다. 시즌 초 선발로 11경기 2승 5패 평균 자책점 6.96에 그쳤던 이현승은 35경기에 계투로 등판해 1승 1패 4홀드 2세이브 평균 자책점 2.06을 기록했다. 주자 출루 허용률(WHIP) 또한 1.09로 1급 계투의 모습을 보인 이현승이었다. 이현승은 최준석과 함께 군입대를 1년 미루고 2011시즌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다.
계투로 좋은 기록을 남겼고 선수 본인도 군입대를 미룬 각오가 대단한 만큼 팀에서도 이현승의 다각적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일단 선발에 가깝게 훈련 중이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롱릴리프 및 셋업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발로 훈련을 치러야 시즌 때 어깨에 부하가 덜 걸린다"라는 것이 김경문 감독의 생각. 이 계획 속에는 이현승도 포함되어 있다.
연습경기 3차례에 등판한 이현승의 성적은 3경기 평균 자책점 1.80이다. 5이닝 동안 1실점 하기는 했으나 피안타는 2개에 불과했고 사사구는 없었다. WHIP 0.40으로 출루 허용도 또한 수준급.
전지훈련서 투수의 구위는 시즌 때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만큼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 좌우 제구를 얼마나 잘 하는 지를 더욱 주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점에 있어서는 이현승이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0승 이상을 거두겠다는 이야기를 꺼낸 다음에 많이 위축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일단 안 아픈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몸이 아프지 않아야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으니까요".
비시즌 허리 치료를 받으면서 "의사 선생님이 절 알아보고 간호사들한테까지 '야구 선수 이현승이니 잘 해줘야 한다'라고 소문을 내셔서 아픈 데도 내색할 수 없더라"라며 웃은 이현승. 그가 2009년 13승을 거뒀던 포스를 재현하면서 마운드에서 다시 활짝 웃을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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