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기름값에 2~3만원씩 나눠 주유…무료세차도 증발
[이브닝신문/OSEN=장인섭 기자] 휘발유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신도시 주변 주유소에서는 “만땅!”을 외치는 운전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또 주유시 무료세차서비스도 사라져 세차할인권을 모았다가 사용하는 알뜰 운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2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오름세를 보인 두바이유 국제 현물가격은 지난해 12월21일 배럴당 90달러(90.62달러)를 넘어서고서 두달여 만인 지난 24일 110달러(110.77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휘발유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뛰어오르자 일선 주유소에서는 ‘만땅 주유’가 사라지고 2~3만씩 나눠 주유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주말 경기도 고양시 소재 농협고양유통센터내 주유소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차량들의 행렬이 길게 꼬리를 물었다. 대형마트내 주유소가 주변 주유소 보다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말이면 인근의 운전자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씨(34)는 “휘발유 가격 때문에 자가용 출퇴근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집 근처 주유소보다 저렴해 장을 보러 나온 김에 이곳 주유소를 찾는다”고 말했다.
소형차를 몰고나온 그는 “1년전 ‘만땅’으로 채울 경우 6만원 정도면 가능했지만 지금은 7만5000원 이상 주유해야 연료통을 채울 수 있다”며 “2~3만원씩 나눠서 주유하고 꼭 필요할 때만 차를 몰고 나온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처럼 최근 들어 주유시 연료통을 가득 채우는 일명 ‘만땅족’이 사라진지는 오래됐다고 주유소 직원들은 말한다.
GS칼텍스가 직영하는 분당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이곳은 부유층이 많음에도 출퇴근을 제외한 가정용 차량(세컨드 차)의 운행이 크게 줄어 주유소의 전체매출도 줄었다”며 “그나마 연료통을 가득 채우는 차량은 10대 중 3~4대 꼴로 작년에 비해 30%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전자들이 연료통을 가득 채우지 못하는 이유는 연비를 높이려는 속셈도 있지만 부담스럽게 올라버린 주유비가 한몫 하기 때문이다.
실제 35ℓ 기준 경차의 경우 연료통을 가득 채우는데 드는 주유비는 1년전 5만8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12% 이상 올랐다. 더욱이 휘발유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마당에 ‘만땅 주유’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유시 제공되는 무료세차 서비스의 이용도 더욱 팍팍해 졌다. 신도시 소재 세차장 겸영 주유소들은 6만원 이상 주유시 당일 무료세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타 2~3만원 주유시 세차 할인권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운영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알뜰 운전자들은 세차 할인권을 제공하는 지역내 주유소를 찾아다니면서 주유하는 풍속도를 연출하고 있다.
세차장 앞에서 30분 이상 기다렸다는 한 운전자는 “몇 천원 아끼려고 기다리는 시간이 궁상스럽지만 휘발유값이 너무 올라 한 동안은 어쩔 수 없다”며 씁쓸한 표정으로 세차장을 향했다.
ischang@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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