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삼성은 충격적인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선동렬 전 감독을 운영위원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며 류중일 작전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당시 삼성은 '출범 30년째를 맞아 구단의 모습을 일신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기 위해 전면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종전 '선동렬 스타일'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올해 삼성의 야구는 어떻게 달라질까. 몇 가지 숫자로 삼성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본다.
▲ 선발투수
선동렬 감독은 한 템포 빠른 투수교체로 재미를 봤다. 특히 선발투수를 오래 끌고 가지 않았다. 흔들릴 기미를 보이면 가차없이 강판시킨 뒤 막강 불펜을 가동시켰다. 그래서 지난해 5회까지 리드한 60경기에서 58승2패라는 놀라운 승률을 냈다. 하지만 선발이 오래 던지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이었다. 지난해 삼성의 선발투수 평균 투구이닝은 5.0이닝으로 뒤에서 3번째였으며 선동렬 감독 체제에서 6년간 완투경기는 단 8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과연 올해는 어떻게 될까. 류중일 감독은 6선발 체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곧 선발투수들에게 최대한 많이 맡기겠다는 뜻이다. 류중일 감독이 에이스로 지목한 차우찬이 올해 몇 차례의 완투를 작성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차우찬은 7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6차례. 선동렬 감독 체제에서는 2005년 배영수(12회) 이후 최다였다.

▲ 희생번트
삼성은 선동렬 감독 체제에서 6년간 희생번트 531개를 기록했다. SK(674개)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었다. 지난해에도 삼성은 희생번트를 111개 댔다. 역시 SK(147개) 다음이었다. 1회 희생번트는 9개로 전체 5번째였지만 1~5회 희생번트는 61개로 SK 다음으로 많았다. 선동렬 감독 체제의 삼성에게 있어 경기 초반 희생번트는 승리를 향한 최선의 방정식이었다. 강력한 불펜이 버티고 있는 팀이기 때문에 5회까지 리드점수를 만드는 것이 시급했다. 하지만 반대로 타자들의 적극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삼성의 팀 볼넷은 621개로 전체 1위였지만, 팀 타율(0.272) 및 득점(681)은 리그 전체 5위에 머물렀다. 류중일 감독은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언했다. 작전으로 개입하기보다 최대한 타자들에게 자율을 주겠다는 뜻. 희생번트 숫자가 얼마나 줄어들지 궁금하다.
▲ 홈런숫자
과거 삼성은 대포 군단이었다. 이른바 '뻥야구'로 대변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선동렬 감독 체제에서 뻥야구는 사라졌다. 6년간 홈런이 626개로 전체 4위였다. 2008년 92개로 팀 홈런 3위에 오른 게 최고성적. 지난해에도 팀 홈런 118개로 5위에 그쳤고 팀 장타율도 0.406으로 전체 5위밖에 되지 않았다. 가장 높은 출루율에도 불구하고 팀 득점이 5위에 그친 이유는 장타의 부재와도 관련 있었다. 주자들을 한 방에 시원하게 불러들일 거포다운 거포가 없었다. 2007년 홈런왕을 차지한 심정수(31개)를 제외하면 한 시즌 25홈런 이상을 터뜨린 타자가 없다. 2009년 박석민과 2010년 최형우가 24홈런을 기록했는데 상대에 위압감을 줄 만한 거포는 아니었다. 공격야구를 주창한 류중일 감독에게 홈런 숫자는 핵심 키워드다. 삼성은 3년 만에 외국인 타자로 라이언 가코를 영입하며 장타의 부활에 힘쓰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03년 213홈런으로 역대 한 시즌 최다홈런을 기록한 뒤 더 이상 홈런 1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2003년은 이승엽이 삼성에서 마지막으로 뛰었던 해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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