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추트레인' 추신수(29)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영웅'인 故 밥 펠러와 함께 2011시즌 클리블랜드 구단 미디어 가이드북 표지를 장식했다.
클리블랜드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 기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디어 가이드북을 출판했다.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책이기에 구단으로서는 팀 내 간판 선수의 얼굴을 내세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 추신수가 당당히 클리블랜드 구단 역사를 대표하는 펠러와 함께 했기에 그 의미는 남다르다.
추신수 역시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애리조나의 굿이어에서 2011시즌 클리블랜드 구단 미디어 가이드북에 메인을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밥 펠러와 함께 한 것에 대해 말해주자 "아직 못 봐서 모르겠는데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밥 펠러는 정말 대단한 분이시고 작년에도 몇 번 보고 이야기는 잠깐 나눠봤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좀 안 좋았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말한 대단한 분은 어떤 업적을 남겼을까. 펠러는 70여년 전, 1940년 4월 16일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고 코미스키 파크에서 열린 화이트삭스전에 선발 등판해 메이저리그 유일한 개막전 노히티트런을 달성한,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클리블랜드 경기를 볼 수 없는 '클리블랜드 전설'이다. 펠러는 지난 12월 16일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펠러는 메이저리그 통산 18년 동안 570경기에 등판해 266승 162패 279완투 44완봉승 21세이브를 기록했다. 3차례의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그의 완투 횟수가 '완투형 투수'임을 증명해 준다. 그러나 그는 지난 1936년 클리블랜드와 계약 할 때 계약금으로 1달러와 단장 사인볼만 받은 것을 더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4월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OSEN과 만난 자리에서 "나에게는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야구를 하는 것이었다. 일단 내게 기회를 주면 그 이후로 내 가치를 증명하면 됐다. 그래서 돈은 상관하지 않았다"며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농장을 하셔서 부유했다, 그래서 나는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서 능력이 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폭격이 일어나자 군 입대를 자원했다. 최고의 야구 선수였지만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에 해군에 입대했다. 2년여 군 생활을 마친 그는 1945년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그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나는 입대를 결정했다. 내 나라, 내 조국을 구하는 것이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것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군 입대만 하지 않았다면 300승 이상 올릴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물론 300승 이상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1승, 2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내 나라가 더 소중했다"고 강한 애국심을 나타냈다.
펠러는 지난해 4월 19일 추신수가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추신수가 내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화이트삭스 전에서 만루홈런을 쳐 70년 전 나의 추억이 떠오른다"며 "추신수가 클리블랜드 야구팀의 선수라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하며 밝게 웃기도 했다.
추신수도 펠러에 대한 추억이 있었다. 추신수는 가장 먼저 "야구 열정이 대단한 분이셨다. 나이가 많으셨지만 항상 야구장에 나오셔서 팬들에게 야구하는 것을 봤다. 처음에는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정말 야구를, 어떻게 보면 내가 야구를 생각하는 것보다 야구에 대해서 애정도 깊고 사랑하는 것 같다. 또 팬들하고 같이 하는 것도 보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 저뿐 아니라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그분을 대신해서 클리블랜드 선수들이 그분이 걸어오셨던 길을 또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뭐 좋은 곳 가셨겠죠?"라며 클리블랜드 영웅에게 명복을 빌었다.
그러나 영웅이 떠나면 새로운 누군가가 나타나는 법. 일단 클리블랜드는 그 첫 후보로 2년 연속(2009∼2010년) 타율 3할과 '20-20클럽(홈런-타점)'을 달성한 추신수를 첫 후보로 낙점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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