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 투수' 리즈의 최대 숙제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3.02 10: 30

메이저리그 구단에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왔다는 설이 돌 정도로 좋은 투수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해 많은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투수가 좋은 평가와 달리 실전에서 위력이 반감된 채 고향 앞으로 향했다는 점도 분명 예의주시해야 한다.
 
162km의 남자 레다메스 리즈(28. LG 트윈스)가 사상 유례가 없던 빠른 공으로 전지훈련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리즈는 SK와의 오키나와 연습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성적만으로는 엄지손가락을 세우기에 충분하다.

 
이미 리즈는 100%의 몸상태가 아님에도 150km를 훌쩍 넘기는 구속을 보여주었다. 메이저리그 시절 162km의 공을 던졌던 투수인 만큼 직구 빠르기 면에서는 사상 최고의 위력을 발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 빠른 공을 낮게 제구하는 능력까지 갖춰 주축 선발감으로 손색없는 구위를 자랑 중이다.
 
그러나 변화구 스트라이크가 없었다는 점은 리즈가 가진 위험요소다. 이순철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SK와의 연습경기를 지켜본 뒤 "직구는 훌륭하지만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전혀 잡지 못했다는 점이 걸린다"라고 밝혔다. 냉정히 따지면 그가 던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결정구였다기보다 보여주는 공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아직 페이스가 다 올라오지 않은 전지훈련 시기인 만큼 연습경기의 투구가 페넌트레이스서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진짜 시즌에서도 이 모습이 이어질 경우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타자들이 직구를 노리고 나설 경우 수를 읽혀 공략당할 공산이 커진다는 뜻이다.
 
지난해 LG는 투심 패스트볼과 싱커의 움직임이 뛰어난 에드가 곤잘레스를 야심차게 영입한 바 있다. 애리조나 시절 4선발로도 활약했던 곤잘레스는 당시 만 27세로 나이와 경험에서 대단한 가산점을 얻었다. 윈터리그 포스트시즌까지 출장했던 만큼 경기 감각도 다른 외국인 투수에 비해서 투구감도 좋았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 곤잘레스는 지난해 9경기 6패 평균 자책점 7.68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필 더마트레와 교체되어 한국을 떠났다. 43⅓이닝 동안 26개의 사사구를 허용한 제구력도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부진의 분기점이 된 것은 지난해 4월 2일 넥센과의 경기였다. 첫 경기였던 3월 27일 삼성전서 5⅓이닝 2실점 투구를 펼친 곤잘레스는 넥센 타선을 상대로 4⅔이닝 11피안타(사사구 5개) 11실점으로 완전히 말려들었다. 당시 곤잘레스를 상대한 한 넥센 타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구위는 물론 무브먼트도 굉장히 뛰어났다. 그런데 홈플레이트에서 변하는 공들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지 않더라. 스윙을 하려다 마는 모습으로 볼카운트가 타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어졌고 투수도 동요되는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이 전례는 리즈에게도 교훈을 가져다준다. 직구 구속이 워낙 빠른 만큼 '낮고 빠른 직구로 상대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있을 수 있겠지만 국내 타자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선동렬 전 삼성 감독은 "150km을 상회하는 공이라도 조금만 가운데로 몰렸다 싶으면 국내 타자들은 장타로 연결할 수 있다. 투수는 어떻게 제구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직구만으로 국내 타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
 
리즈는 손쉽게 광속구를 타자 무릎선에 걸쳐 던질 수 있는, 분명 좋은 투수다. 그러나 국내 타자들 또한 하나의 약점을 파고들어 좋은 투수를 0승 투수로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음은 분명하다. 변화구를 결정구로 내세우지 못한다면 리즈의 가을 야구 출장 가능성도 점점 낮아진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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