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민의 베이스볼 다이어리]'지명타자 전환'포사다, "한국 배트 추천해달라"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3.03 07: 11

"한국 야구 배트 좋은 거 있으면 추천 좀 해달라".
올 시즌 지명타자로 전환한 호르헤 포사다(40)가  한국산 배트를 가지고 맹타를 도전할 뜻을 나타냈습니다.
포사다는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위치한 조지 스타인브레너 경기장 1층 클업하우스에서 OSEN과 인터뷰에서 다짜고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야구 배트가 무엇이냐"고 물은 뒤 "가능하다면 배트 좀 구해달라"며 자신의 라커룸 위에 놓여져 있던 '루이빌 슬러거' 배트를 건네줬습니다.

지난 19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포사다는 양키스를 대표하는 선수로 1997년부터 2010년까지 14년 동안 양키스 안방을 지켰습니다. 지난해에는 '코리안특급' 박찬호(38, 오릭스)와도 잠시 호흡을 맞췄죠. 그러나 불혹의 나이 때문일까요. 그는 지난해 120경기에 출전해 2할4푼8리, 18홈런, 57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포수로 83경기, 지명타자로 28경기, 그리고 1루수로 1경기에 나섰습니다. 지명타자로서는 102타수에서 2할4푼5리로 부진했습니다.
이 때문에 양키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지난 겨울 "정말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포사다가 마스크를 쓰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포사다 역시 "포수를 맡는 것을 선호하지만 팀을 위하는 일이라면 어떤 임무라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몸과 마음 모두 지명타자로 준비된 포사다는 새로운 배트까지 찾고 있었습니다. 그는 "추신수가 예전에 한국 배트를 사용했다고 들었다"면서 "한국산 단풍나무 배트 좋은 거 있으면 좀 구해달라. 길이는 34.5인치(87.63cm)이며, 무게는 32.5온스(921g)이다"고 정확한 수치까지 알려줬습니다. 배트 뒤에 적힌 숫자도 가리켰습니다.
그의 돌출 행동에 양키스 담당 메이저리그 기자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기자들은 선수들의 물건, 즉 공, 배트, 글러브 등 일체의 물건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이것이 메이저리그 취재 기자들의 룰입니다. 만약 이것을 어길 경우 곧바로 취재증을 빼앗기고 쫓겨납니다. 엠엘비닷컴 양키스 담당 기자인 브라이언 호치는 "난 지금까지 아무 것도 받아본 게 없는데…"라며 아쉬워하더군요.
저 역시도 갑자기 배트를 전해줘 깜짝 놀라며 "안 된다. 난 배트를 가져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포사다는 "괜찮다. 내가 허락했다. 내가 준 거다"고 말한 뒤 클럽하우스에 있던 양키스 홍보팀장인 제이슨 질로를 불러 상황을 설명해 줬습니다.
그의 깜짝 행동에 질로 팀장뿐 아니라 양키스 '캡틴' 데릭 지터도 즐거워했습니다. 질로 팀장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지터는 취재진을 불러 "포사다가 진짜로 배트를 줬냐"고 말한 뒤 "포사다는 가끔 특이한 행동을 해서 재미있는 친구다. 잘 만들어 달라"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자 "혹시 너도 배트 필요하냐"고 묻자 지터는 "난 괜찮다"며 자신이 사용하는 배트를 들고는 훈련을 하러 나갔습니다.
포사다가 건넨 배트는 '루이빌 슬러거'로 단풍나무 결과 무늬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포사다는 이날 막 공급 받은 박스를 열어 "이 길이와 무게면 된다. 한국 배트도 한번 사용해 보고 싶었다"며 "꼭 연락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포사다에게 "혹시 글러브도 필요하냐"고 묻자 그는 "글러브는 필요 없다"고 짧게 대답했습니다. 왜일까요? 그는 올 시즌부터 지명타자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더욱 더 재미난 사실은 클럽하우스 안 포사다의 라커룸 위 선반에 갈색 포수 미트 3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하얀색 새 야구공도 글러브에 껴 있더군요. 클럽하우스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그 장면을 직접 확인시켜드리지 못하네요.
저는 곁에 있던 엠엘비닷컴 칼럼니스트 앤서니 카스트로빈스에게 "포사다 자리에 미트 3개 보이지?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고, 카스트로빈스는 "혹시 캐시먼 단장이 지나 다니면서 보라고 시위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해 서로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상상해보세요. 2011년 4월 20일. 양키스 포사다가 3-3 동점이던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한국산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섭니다. 포사다는 초구, 2구를 잘 골라낸 뒤 3구째 몸쪽 직구를 받아 쳐 우측 펜스를 넘기는 결승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뜨립니다. 야구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뉴스가 될 수도 있겠죠?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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