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데이터야구] LG, 'X-존 철거' 결과와 기대되는 효과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3.03 07: 08

LG의 X-존이 사라졌다. 지난 2009년 김재박 감독 시절부터 운영된 이동식 펜스가 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LG는 지난 2일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팀 투수력과 타격 그리고 외야수들의 수비력을 감안해 외야 이동식 펜스를 운영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X-존이 남긴 결과와 향후 기대되는 효과를 살펴본다.
▲ X-존이 남긴 것
2009년 김재박 전 감독의 제안에 따라 LG는 잠실구장 홈경기에 한해 이동식 펜스 이른바 'X-존'을 설치했다. 투수지향적인 잠실구장에 조금이라도 더 공격적인 요소를 가미하자는 의도로 도입했다. 설치 전까지만 해도 중앙 125m, 좌우 100m, 펜스 높이 2.7m였던 잠실구장은 LG 홈경기에 한해 중앙 121m, 좌우 100m, 펜스 높이 2m로 줄이고 낮춰졌다. 실제로 X-존에 떨어진 홈런은 2년간 총 103개였다. 덕분에 2009~2010년 잠실구장에는 역대 가장 많은 홈런이 쏟아졌다. 종전 1999년 217개가 잠실구장 최다 홈런이었는데 2009년 245개와 2010년 234개로 2년 연속 이를 가뿐히 넘어섰다. 2009년 64개, 2010년 39개의 홈런이 X-존으로 넘어갔다. X-존이 없었다면 잠실구장 최다 홈런도 없었다.

그러나 LG가 친 홈런은 48개인 반면 상대팀이 기록한 홈런이 55개로 더 많았다. 2009년 29개-35개, 2010년 19개-20개로 2년 연속 LG가 손해를 본 장사를 하고 말았다. 잠실 홈경기에서 LG 투수들의 기록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X-존 도입 첫 해였던 2009년 LG는 잠실 홈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5.13을 기록했는데 특히 피홈런이 93개에 달했다. 원정경기에서 75개의 홈런을 맞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많은 수치. 93개 중 35개가 X-존에 떨어진 홈런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팠다. 그나마 2010년에는 홈경기(63개)·원정경기(62개) 피홈런 격차가 많지 않았지만 X-존으로 넘어간 20개 피홈런을 빼면 수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에서 아쉽게 느껴진다.
타선으로 눈길을 돌리면 그래도 이득은 있었다. 2009년 LG는 팀 홈런 129개를 기록했는데 X-존으로 넘어간 29개가 아니었더라면 리그 최하위가 될 뻔했다. 2010년에는 121개의 팀 홈런으로 전체 3위에 올랐다. X-존으로 친 홈런을 제외하면 7위로 떨어질 수치였다. 2007년 5위(78개), 2008년 7위(66개)였던 LG의 팀 홈런 순위는 상승했다. 20홈런 타자도 2009년 로베르토 페타지니(26개), 2010년 조인성(28개)으로 2년 연속 배출됐다. 특히 X-존으로만 무려 8개의 홈런을 날린 페타지니는 1999년 이병규(30개) 이후 10년 만에 LG 풀타임 20홈런 타자가 됐으며 LG에서 2년 연속 20홈런 타자가 나온 것도 1998~1999년 김동수(20개)-이병규(30개)·김재현(21개) 이후 11년 만이었다.
그러나 LG는 타격보다 마운드가 더 중요한 팀이었다. 타자들이 아무리 점수를 올려도 마운드가 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2009~2010년 LG의 득실점 마진은 -151점이었다. 점수만 나간 게 아니었다. X-존 설치 제작비에만 1억8000만원가량 들어갔는데 연간 15~16회 조립 및 해체작업에 따른 비용까지 감안하면 2년간 약 2억5000만원에 가까운 금전적인 손해까지 봤다.
 
▲ X-존 철거 효과는
사실 박종훈 감독은 지난해 X-존을 철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코치진의 의견에 따라 X-존을 남기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X-존 잔류 효과는 없었다. 작은 구장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투수들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664개의 사사구를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타자들이 이를 벌충할 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낸 것도 아니었다. 결국 올해 LG는 X-존을 철거하고 투타의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가장 크게 기대되는 효과는 투수들의 안정이다. 장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투수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피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X-존 설치 전이었던 2008년 LG의 투수들은 두 번째로 많은 552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는데 그 대신 홈경기 피홈런은 33개로 리그에서 3번째로 적었다. 적어도 장타에 대한 부담을 벗어던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대형-이진영-이병규(9번) 등 수비가 좋은 외야수들이 포진해 있는 것도 드넓은 외야를 이용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또 다른 효과. LG는 거포가 많지 않다. LG 소속으로 한 시즌을 소화하며 30홈런을 친 타자는 1999년 이병규(30개)가 마지막이다. 확실한 거포가 없다면 잠실구장의 광활한 외야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LG에는 발 빠른 중장거리형 타자들이 많다. 지난해 LG는 2루타·3루타가 총 240개로 두산(249개) 다음으로 많았다. 팀 도루는 169개로 전체 1위다. 대포가 없다면 소총으로 승부하면 된다. 1990년대 무적의 LG가 '신바람 야구'로 잘 나갔던 시절에도 거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4년 LG는 팀 홈런은 4위(88개)였지만 2루타(205개)·3루타(36개)는 총 241개로 압도적인 1위였다. 경기당 평균 5.2득점은 당시 전체 1위였다. 지금 LG에는 박용택 이택근 이진영 이병규처럼 발 빠른 중장거리 타자들이 많다. 두산처럼 달리는 야구를 할 수 있는 구성이다. 물론 고질적인 거포에 대한 갈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X-존 폐지의 영향으로 그나마 있던 거포마저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팀내 최다 홈런 타자였던 조인성이 담장 밖으로 넘긴 28개의 홈런 중 X-존으로 떨어진 타구는 단 3개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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