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 그 숨은 공신 '천일염'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3.03 09: 34

-웰빙시대 수요 급증, 프랑스산 보다 미네랄 함량 최소 2배 이상 높아…
우리나라 천일염의 70%를 생산하는 전남 신안에서 오는 3월 28일 천일염생산 개시를 시작하는 가운데 한식 세계화의 숨은 공신으로 천일염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aT센터(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정부는 세계적인 웰빙트렌드를 타고, 몇 년전부터 한식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식세계화의 닻을 올렸다. 물론 한식을 세계인의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한식은 채소와 해산물 등 다양한 식재료와 김치, 장류 같은 발효식품을 많이 사용하고, 튀기기나 볶기보다는 찌거나 삶는 조리법을 쓰기 때문에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년 G20 정상회의 때 세계의 정상들이 한식의 맛에 호평을 보낸 것도 세계화에 힘을 보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한식의 맛을 좌우하는 조미료가 바로 소금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 세계적으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천일염이 있다. 한식의 세계화에 숨은 공신으로 천일염이 떠오르고 있다.
목포대학교 함경식 교수는 우리나라 천일염이 세계 최고인 이유로 건강필수 요소인 마그네슘과 칼륨의 함량을 꼽았다.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해외 소금들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많은 미네랄이 천일염에 들어있다고 밝혔다. 국내산 천일염을 김치는 물론 된장, 고추장, 간장 등 기본장류부터 다양한 음식에까지 두루 사용하는 한식의 세계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대의학에선 소금(정확히 말해 염화나트륨)을 건강에 나쁜 요소로 강조하고 있어, 요즘 싱겁게 먹는 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되도록 소금 없이, 재료는 유기농으로 요리하다보니 음식을 맛이 아닌 약으로 먹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음식점에서의 웰빙 바람도 거세다. 밭에서 방금 따온 듯한 신선한 채소는 물론이고 쌀과 고기까지 전부 유기농이다. 하지만 음식에 빠져서는 안되는 소금은 공장에서 만드는 정제염이 대부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프랑스산 소금을 사용하는 음식점도 있지만 가격은 일반 서민들이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다. 일반 가정집에서 20kg짜리 소금 한 포대면 1년을 먹는다. 가격도 1만 5000원 안팎이다. 최고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이 12kg에 90만 원을 호가하니 가격도 엄청난 차이지만 천일염의 품질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한 헐값이 없다.
천일염은 품질에 상관없이 단순한 가격 비교로 소비자들에게 등한시 되어왔다. 단지 ‘짠 맛’ 만을 내는 조미료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소비자들에게 천일염은 그저 비싼 소금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천일염의 품질을 먼저 알아본 것은 오히려 세계였다. 특히 우리와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이 천일염의 가치를 알아보고 곧바로 한국시장으로 뛰어들었다. 한국에서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는 일본인 우에다 씨(전남 무안)는 한국의 천일염이야말로 ‘갯벌이 만들어 내는 보석’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일찌감치 공장 정제염을 사용했던 일본에 비해 소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천혜의 갯벌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그렇게 부럽다고 우에다 씨는 말한다. 그래서 한국에 아예 소금공장을 차려 생산되는 천일염 전량을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세계가 먼저 인정한 천일염. 과연 어떤 소금일까?
소금은 크게 천일염과 정제염으로 나뉜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태양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반투명의 육각형 결정이다. 이에 반해 정제염은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불순물과 중금속 등을 제거하고 얻어낸 염화나트룸의 결정체다. 현대의학에서 우려하는 소금의 섭취도 사실 염화나트륨의 유해성을 알린 것인데 천일염에는 정제염 대비 20%가 낮게 함유돼 있다. 또한 칼륨이나 마그네슘 등 사람이 반드시 섭취해야 할 천연 미네랄이 3배 이상 많아 정제염과는 품질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좋은 천일염을 생산하는데 갯벌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약알칼리성으로 염도 88% 수준의 세계 최고 소금이다. 이런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이 1970년대 초, 사라질 위기도 있었다. 정부에서 장려금을 지급하며 염전포기정책을 펴는 바람에 한때 고사상태에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참살이 바람을 타고 세계가 인정하면서 서해안의 염전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또한 2008년 3월 28일부터 광물로 분류됐던 소금이 식품위생법상 식품으로 인정받으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태양과 바람, 사람의 삼박자
소금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천일염은 더욱 그렇다. 바람이 심하면 소금결정이 작고, 기온이 낮으면 소금에서 쓴 맛이 난다. 또한 사람이 끊임없이 정성을 쏟아야만 최고 품질의 천일염을 ‘얻을’ 수 있다. 은은한 단맛까지 맛볼 수 있는 천일염은 그래서 태양과 바람, 사람의 삼박자가 맞아야만 만날 수 있다.
한식의 우수성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요즘, 태양과 바람, 사람이 빚는 천일염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강희수 기자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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