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연습경기 결과는 의미가 없다. 실적이 있는 선수에게 연습경기는 말 그래도 연습이다. 몸만 잘 만들어 놓으면 문제될 게 없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이 착착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3일 일본 오키나와 차탄 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해 2이닝 동안 볼넷 3개를 내줬지만 피안타 없이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달 25일 라쿠텐과의 연습경기에서 1이닝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난조를 보였으나 6일 만의 등판에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보였다. 볼넷을 많이 줬지만 쌀쌀한 날씨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LG전에서 류현진은 직구 최고 구속 147km를 찍었다. 지난 라쿠텐전에서 최고 149km를 던진데 이어 2경기 연속 140km 후반대의 강속구를 던졌다. 이 시기에는 보통 검증받지 않은 투수들의 구속이 빠른 편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스프링캠프 때는 자리잡지 못한 투수들이 코칭스태프 눈에 들기 위해 페이스를 끌어올려 구속을 높이는 데 힘쓴다. 실적이 있는 투수들은 굳이 스피드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생각보다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화 투수진은 한용덕 투수코치와 정민철 투수코치의 지도아래 지난해 가을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도 훈련이 과열 양상을 보일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한용덕 투수코치는 "다들 페이스가 너무 빨리 올라와 걱정"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른 봄인데도 불구하고 투수들의 구속이 기대보다 빠르게 나오고 있다.
류현진도 이 분위기에 편승해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시즌 막판 피로누적으로 팔꿈치에 통증을 느낀 후 한대화 감독의 배려로 시즌을 접고 휴식을 취한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구단에서는 류현진에게 철저히 휴식을 주며 피로를 회복하는데 신경을 기울였다. 그래서 지금 몸 상태가 최상이다. 한대화 감독도 "류현진의 몸 상태가 좋다"고 만족했다. 러닝훈련으로 체중도 빠졌고 구위도 한층 살아났다.
그런 류현진이기에 연습경기 결과에는 좋고 나쁘고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경기보다 구위 점검차원에서 등판하고 있다. 투구수에 맞춰 계획한 만큼만 던지고 내려오고 있다. 연습경기 결과와 내용에는 스스로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류현진은 라쿠텐전 31개, LG전 41개로 투구수를 늘려가고 있다. 어차피 류현진 레벨의 선수라면 경기 결과보다 구속과 페이스에 조금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년 겨울 국제대회 등으로 스프링캠프에서는 페이스를 늦게 끌어올렸던 류현진이 이 시기 이렇게 페이스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 건 신인 시절이었던 2006년 이후 처음이다. 2006년 3월18일 SK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류현진은 최고 150km 강속구를 뿌렸다. 그해 류현진은 투수 트리플 크라운과 최초의 MVP-신인왕 동시석권을 이뤘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