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순위 용병' 로드, KT '넘버원 드라마' 주연 되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3.04 07: 19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극적인 반전 드라마의 연속이다. KT '넘버원 드라마'의 주인공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부산 KT의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대구 오리온스전서 제스퍼 존슨이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악재 속에서도 KT는 존슨이 빠진 당일부터 5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외국인 센터 찰스 로드(26·200.3cm)가 있다. 지난해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20순위 맨 마지막으로 지명된 그가 이제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KT의 선봉에 있다. 사상 최고의 막차 지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드는 존슨이 8분8초 만에 종아리 부상 악화로 빠진 오리온스전부터 출장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최근 5경기에서 평균 35분을 소화하고 있다. 평균 출전 시간이 18분17초라는 것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더 뛰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기록도 대폭 상승했다. 5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하는 등 평균 20.0점 13.2리바운드 3.0블록슛으로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같은 기간 3.2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냈으며 자유투 성공률은 80.0%(24/30)에 달했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로드가 이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저 맨 마지막에 지명된 선수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고무공 같은 탄력과 높이로 위력을 드러냈다.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자신의 존재 가치가 유감없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상대와 상황에 따라 존슨과 출장시간을 양분하기에 이르렀다. 나머지 구단들이 세컨드 외국인선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때 전창진 감독은 존슨과 로드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했다.
존슨의 시즌아웃 이후 로드의 존재는 더욱 오롯이 빛나고 있다. 존슨이 부상을 당한 날 로드는 "시즌 초반 송영진이나 김도수가 다쳤을 때에도 다른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줘서 공백을 잘 메웠다. 존슨이 빠지더라도 남은 선수들이 잘 메울 것이다. 지금 KT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 말대로 KT는 존슨이 빠진 이후에도 지지 않고 있다. 물론 상대가 하위권이었지만 지난 3일 창원 LG 같은 경우는 이전 6경기에서 무려 5승을 거둘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팀이었다.
막차 지명자 로드가 우승을 노리는 KT의 중심으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더욱 드라마틱하다. 역대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막차 지명자 중 두드러진 활약을 한 선수는 2001~2002시즌 대구 동양(현 오리온스)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리바운드왕 라이언 페리맨과 2007~2008시즌 전주 KCC의 정규리그 2위에 한 몫 한 제이슨 로빈슨 정도밖에 없다.
 
로드는 이들과 달리 시즌 막판부터이지만 1위팀의 절대적인 기둥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페리맨 곁에는 마르커스 힉스가 있었고, 로빈슨 옆에는 브랜든 크럼프가 있었다.
로드는 자신감이 넘친다. "존슨이 없어도 나머지 선수들이 함께 뭉쳐서 플레이할 줄 알기 때문에 우리 팀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로드의 말이다. 그는 "감독-코치님 지시에 따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량이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열심히 해서 꼭 우승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20순위 맨 마지막에 지명된 로드가 넘버원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로드 넘버원', 드라마가 시작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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