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지석 미국통신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텍사스 레인저스의 현 상황에 걸맞는 속담이리라.
지난해 팀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무릎을 꿇었던 레인저스는 오프시즌 동안 에이스 클리프 리를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빼앗겼다. 대신 꺼내든 카드는 파괴력이 뛰어난 3루수 애드리언 벨트레를 영입한 것이었다.

벨트레에게 보장된 연봉은 무려 8천만 달러. 주위에서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마이클 영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버티고 있는 3루에 그 많은 돈을 들여 벨트레를 영입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
리의 공백을 메워줄 수준급 선발 투수 보강이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을 위해 절대적임에도 포지션이 중복되는 곳에 투자를 해 비난은 여기저기에서 폭주했다.
캠프를 시작하기 전 기분이 상한 영이 트레이드를 요구하며 팀 분위기를 묘하게 흐르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벨트레가 장딴지 부상을 당해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어 구단 관계자들을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스프링트레이닝 캠프가 열리기 전 개인 훈련에서 러닝머신을 타다 장딴지를 다친 것으로 알려진 벨트레는 오는 11일(한국시간)쯤 정상적인 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좀처럼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레인저스 구단의 테드 르바인 부단장은 "예상보다 벨트레의 복귀일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즌 개막전 출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완전히 회복되는 데 한 달이나 걸릴 정도의 부상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 열흘에서 2주 정도는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부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법인데 이처럼 레인저스 구단이 부산을 떠는데는 이유가 있다. '박힌 돌' 영을 홀대하고 '굴러온 돌' 벨트레를 위한다는 비난이 워낙 거센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두 번째로는 '먹튀 악몽'의 재현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레인저스는 2000년대 들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초대형 계약을 잇다라 떠뜨렸다. 10년 2억5천만 달러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5년 6천500만 달러의 박찬호가 그랬다. 공교로게도 벨트레까지 세 명은 모두 '수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고객들이었다.
그러나 레인저스 우승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영입했던 로드리게스는 뛰어난 개인 성적을 올렸지만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끄는데 실패했다.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박찬호의 영입도 처참한 결과를 빚어냈다. 여전히 박찬호와의 계약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 꼽히는 '먹튀 사례'로 거론될 정도다.
같은 보라스 사단 소속인 데다 계약을 체결하자마자 부상을 당해 정상적으로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벨트레를 보는 눈이 이전 케이스들로 인해 더욱 삐딱하게 보여질 수 밖에 없다.
만약 벨트레가 올 시즌 자신의 연봉에 걸맞는 뛰어난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면 보라스와의 악연은 10년 만에 재현된다. 아무리 세월이 지났다해도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며 보라스 사단의 벨트레를 영입하는 무모한 결단을 내린 레인저스 구단의 도박은 과연 성공할까. 현재로서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구단 관계자들을 전전긍긍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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