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악역이 필요하듯이, 드라마 못지 않은 '드라마'를 요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도 독설가가 '필수 요소'으로 자리잡았다.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MBC '위대한 탄생'은 거침 없는 독설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며 '감동' 파트를 맡고 있는 김태원도, 자신의 멘토들에게 독설을 쏟아내줄만한 지원팀을 동원, 역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독설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김태원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등장한 로커 박완규는 모든 참가자들의 단점을 정확하게 꼬집으면서 참가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는 "원곡을 잘 못 이해했다", "성량은 좋은데 왜 발음이 안좋냐", "초등학생이 노래하는 것 같다", "뭐라고 평가내릴 수도 없다"는 등 솔직한 심사평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는 방송 하루가 지난 5일까지도 각 온라인 게시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같은 독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는 것을 제작진도 충분히 간파하고 있는 상태. 제작진은 지난주에 방영된 예고에서 박칼린과 방시혁 PD의 말 중 '독설'로 비춰질만한 부분만 따로 편집해 방송하는가 하면, 4일 역시 다음주 방영분에서 이은미의 '독한' 몇마디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역시, '착한 예능'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좋은 홍보 아이템이 되고 있다. 또 잔인하지만, 이같은 독설에 참가자들이 당황하거나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독설가에 의해 크게 좌절했다가 멋지게 극복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시청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이같은 '독설'의 중요성은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충분히 입증된 바있다. MBC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선두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그 누구보다 솔직하게 독설을 내뱉었던 박명수 캐릭터의 덕이 컸고,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김구라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인기 MC로 자리잡은 상태다.
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국 FOX의 '아메리칸 아이돌'의 1등 공신도 바로 짓궂은 독설가 사이먼 코웰이다. 사이먼 코웰이 쏟아내는 다양한 독설과 여기에 눈물, 욕설 등 다양하게 반응하는 참가자들의 리액션이 '아메리칸 아이돌' 최고의 인기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물론 이같은 '독설'들은 대부분 사전적 의미에서의 독설이라기보다, 기존 방송 언어보다 솔직하다는 면에서 '독설'로 불리고 있는 상태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같은 '독설'은 시청자들의 재미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에게도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위대한 탄생'이 낳은 최고의 독설가로 꼽히는 방시혁 PD는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은 산업화된 가요계에서 그 시스템 안에 들지 못한 이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면서 "따끔한 말 한마디를 듣고 통렬히 반성해 자신의 의지로 반 발짝 전진하는 것이 칭찬과 격려를 받으며 선생님의 손을 잡고 앞으로 열 발짝 전진하는 것보다 낫다. 나의 독설은 재능에 대한 최고의 예우이자 오디션 참가들의 절박함에 대한 가장 진심 어린 대답"이라고 '독설'을 옹호한 바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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