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박찬호(38·오릭스)의 첫 등판은 희망과 과제가 얽혀있었다.
박찬호가 마침내 지난 5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등판하며 일본프로야구 공식경기 데뷔전을 가졌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4이닝 7피안타 2볼넷 5탈삼진 5실점.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까지 맞으며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야구는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한 스포츠.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박찬호가 보여준 과제와 희망을 살펴본다.
▲ 직구 스피드의 부재

박찬호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등판은 지난해 10월2일(한국시간) 플로리다와의 원정경기였다. 당시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개인 통산 124승으로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을 세운 박찬호는 3이닝 동안 탈삼진 6개 포함 퍼펙트 무실점으로 플로리다 타선을 잠재웠다. 당시 직구 최고 구속은 151km. 그러나 주니치전에서 박찬호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밖에 나오지 않았다. 2회 이바타를 상대로 초구에 한 번 던진 것이 전부였다. 그외에는 130km 후반대에서 140km 초반대를 맴돌았다. 직구의 구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주무기로 갈고 닦은 컷패스트볼의 위력도 반감됐다. 다니시케 모토노부에게 맞은 스리런 홈런도 136km 컷패스트볼이었다. 2회 3안타는 빗맞은 안타들이었지만 3회 4안타는 타자들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린 타구들이었다.
▲ 불안한 제구?
한화 송진우 2군 투수코치는 박찬호의 성공 조건으로 제구력을 꼽았다. 일본 언론들도 첫 등판 이후 일제히 박찬호의 제구력을 문제삼았다. <데일리스포츠>는 '전체적으로 공이 높고 제구가 정교하지 못했다. 불안한 제구 보완이 과제'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박찬호 본인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닛칸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박찬호는 "스트라이크가 51개, 볼은 29개였다. 실투도 3개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중 하나가 홈런으로 연결됐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1~2회 48개의 공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26개에 불과했지만 3~4회에는 32개 중 스트라이크가 25개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4회에는 11개 중 볼이 2개뿐이었다. 경기 초반에는 흔들렸지만 이닝을 거듭할수록 좋아졌다는 뜻이다.
▲ 보크는 없었다
자체 홍백전에서 문제시됐던 보크는 전혀 문제없었다. 이날 4회를 제외하곤 매이닝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정지 동작을 일정하게 가져가며 별다른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주자 출루시 집중타를 맞은 건 보크에 대한 여파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주자 출루시 성적이 10타수 5피안타 1볼넷이었다. 오릭스 포수 이토 히카루는 "사인이 맞지 않으면 서두르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도 "평가가 바뀔 일은 없다"며 여전히 신뢰감을 표시했지만 "세트포지션에서는 볼이 밋밋해진다.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보크에 대한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는 뜻. 아직 적응하는 과정에 있는 부분이다.
▲ 앞으로 과제는
보크에 대한 적응과 더불어 직구 스피드를 살리는 것과 변화구를 가다듬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 스피드의 문제는 시간이 해결할 수 있다. 아직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 개막에 맞춰 본래의 직구 스피드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탈삼진 5개를 잡아낸 것에서 나타나듯 삼진을 잡는 방법을 아는 투수라는 것을 입증했다. 오히려 변화구와 제구력을 조금 더 정교하게 가다듬는 게 최대의 과제. 박찬호는 "조금씩 더 던지고 싶다. 더 많은 일본 타자와 상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전 마운드에서 직접 던지면서 일본 타자들과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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