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다. 정규리그 3위이지만 1~2위보다 무서운 팀. 바로 전주 KCC 이야기다.
KCC는 높이와 공격을 두루 갖춘 팀이다. 7일 현재 올 시즌 평균 82.6득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KCC는 리바운드도 평균 35.5개로 전체 1위다. 하승진-크리스 다니엘스의 높이와 전태풍-강병현-추승균의 공격력이 화려하게 빛을 발한 결과.

그러나 못내 아쉬운 것이 수비력이다. 평균 79.1실점으로 리그에서 5번째로 많다. 수비 조직력에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걱정을 지울 수 있을 듯하다. '수비 귀신' 신명호(28·183cm)가 상무에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KCC는 지난 6일 울산 모비스와 홈경기에서 85-77로 이겼다. 이날 승리가 더욱 의미깊었던 것은 상무에서 갓 제대한 신명호가 복귀 첫 날부터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신명호는 24분51초를 뛰며 득점은 단 5점밖에 없었지만, 3리바운드 1어시스트에 장기인 스틸을 무려 6개나 해내는 그물망 수비로 팀 승리를 뒷받침했다. 복귀전에서 데뷔 후 개인 한 경기 최다 스틸 기록을 갈아치우는 괴력을 떨쳤다.
그동안 KCC가 왜 신명호를 기다렸는지 알 수 있는 한판이었다. 올 시즌 KCC는 전태풍-임재현이라는 매력적인 가드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공격형 전태풍과 수비형 임재현의 역할 분담이 잘 됐다.
그러나 수비 조직력 전체를 끈끈하게 해줄 무언가가 부족했다. 특히 부산 KT나 인천 전자랜드처럼 외곽슛 능력을 갖춘 포워드 및 센터를 보유한 팀들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하승진의 좁은 수비 반경을 역이용한 공격에 매번 당했다.
KT와 전자랜드에게 당할 때마다 KCC 관계자들은 "(신)명호만 있었더라면…"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허재 감독도 신명호의 존재를 간절히 기다렸고, 그것이 첫 경기부터 입증됐다.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 양동근과 매치업에서 신명호는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괴롭혔다. 양동근뿐만 아니었다. 지역방어 때는 내외곽을 넘나들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다. 신명호가 한 명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코트에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다.
신명호는 단순히 1대1 수비만 좋은 게 아니라 팀 디펜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협력수비 범위가 넓어 수비 시 활용폭이 대단히 많다. KT와 전자랜드를 만나도 수비에서 걱정을 덜 수 있다. 하승진을 외곽으로 끌어내 내외곽을 동시 공략하는 전법도 신명호의 왕성한 수비력이라면 커버가 가능하다.
신명호뿐만 아니라 에릭 도슨이라는 수비가 좋은 외국인선수의 존재도 또 다른 힘이다. 이제 KCC도 수비에서 밀리지 않는 멤버구성이 가능해진 것이다.
신명호는 "우리 팀에는 공격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워낙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궂은 일과 수비다. 팀에서 내게 원하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론을 펼쳤다. 신명호의 가세로 KCC는 전태풍-임재현-신명호-정선규 등 상대와 상황에 따라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훨씬 풍족해졌다. 신명호의 가세로 그야말로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아직 2위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지만 3위라도 아쉬울 게 없다. 허재 감독은 "우리는 플레이오프에서 시리즈마다 최종전까지 치르며 우승했다"고 말했다. 2년 전, 정규리그 3위였던 KCC는 6강 플레이오프 5차전과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 챔피언 결정전 7차전까지 다 치렀다. 정규리그 54경기까지 더하면 총 71경기. 그 때 우승 멤버 중 하나가 바로 신명호였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