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이 올해 키워드”.
왕선재 대전 시티즌 감독이 지난 6일 울산 현대와 개막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뒤 밝힌 소감이다.
올해 대표적인 약체로 꼽히던 대전이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울산을 상대로 멋진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운 태도가 역력했다.

알고 보니 사연이 있었다. 작년 대전의 지휘봉을 잡은 왕선재 감독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야심차게 거론했지만 그 문턱은 커녕 13위에 그친 뒤 곤욕을 치렀다.
설레발만 쳤다는 여론이 팬들 사이에 분분했다. 물론,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에 팬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감독이 시작부터 어렵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감독이 있다면 거센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왕선재 감독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올해도 대전이 좋은 성적을 노리기에는 전력이 뻔하다. 한정된 금액을 쪼개 쓰는 시민구단의 살림살이는 변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왕선재 감독은 '우리 팀의 전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꼴찌만 면하면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는. 오히려 “가을에도 축구를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불어 긍정의 힘을 설파 중이다. 포기하면 끝이지만 노력하면 불가능한 일도 언젠가는 가능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K리그에 돌풍을 일으켰던 대전의 저력처럼 말이다.
대전은 오는 13일 또 다른 우승 후보인 FC 서울을 상대로 홈 개막전을 치른다. 이번에도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심할 왕선재 감독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당당히 2연승을 노린다고 선언하는 왕선재 감독을 반길 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혹독한 비판보다는 따뜻한 응원을 해줄 팬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stylelomo@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