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지목 4인, '성공 전례' 이을 것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3.07 07: 08

"백업 멤버들의 기량이 튼실해졌다고 생각한다".
 
시즌 전 지목한 선수 중 '터진' 전례가 더 많았기에 감독의 이야기는 확실한 의미가 있었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2011시즌을 준비하며 기대되는 선수에 대해 묻자 야수 2명, 투수 2명을 언급하며 활약상을 기대했다.

 
현재 잠실구장에서 연습경기와 합동 훈련으로 시즌을 준비 중인 두산 선수단. 김 감독은 45일 간의 일본 벳푸-미야자키 전지훈련을 결산하며 백업 멤버들의 기량이 향상되었음을 누차 강조하며 "야수진에서는 윤석민(26)과 정수빈(21), 투수진에서는 김성배(30)와 노경은(27)에 주목할 만 하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 계약 2기이던 2007시즌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그 해부터는 김 감독이 전지훈련을 마치고 언급한 선수들이 어느새 팀의 주력으로 성장한 케이스가 많았다. 2007년 전지훈련서 언급했던 김현수와 임태훈은 이제 투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들로 자라났다.
 
2009년에도 김 감독은 우완 홍상삼과 당시 신인이던 정수빈을 언급했다. 이따금씩 공이 몰리면 장타를 허용했으나 묵직한 구위를 보여준다는 데 홍상삼의 가능성을 주목했고 그 해 5월 갑작스레 기회를 얻은 그는 선발로 9승을 따내며 신인왕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함께 언급된 정수빈 또한 그 해 낮은 지명순위(2차 5순위)에도 불구 신인 답지 않은 모습으로 호평받았다. 팬들 사이에 언급되던 '달작두'라는 별명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지난해 전지훈련 후 특별히 어느 한 명을 지목하기보다 김동주, 김선우 등 주축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했던 김 감독. 백업 멤버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되었음이 누차 강조되었던 만큼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들을 지목해달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4명을 언급했다.
 
2004년 구리 인창고를 졸업하고 2차 3순위로 입단했던 윤석민은 공익근무 전까지 2군에서 '3할 타율-4할 출루율-5할 장타율'이 보장된 제2의 김동주로 평가받았으나 그동안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좋은 체력에 힘을 갖췄는데 절실함이 부족해보였다"라고 이전의 윤석민을 평했던 김 감독은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제는 야구에 제대로 덤벼드는 것 같더라"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또 한 번 언급된 정수빈은 타격과 주루능력에 있어 타 팀으로 이적한다면 주전 외야수로도 손색없는 유망주. 이미 김 감독은 정수빈에 대해 지난해부터 "한 번 스타로 키워볼까 한다"라는 기대감을 비췄던 바 있다. 재차 언급된 만큼 정수빈에 대한 감독의 기대치는 '깜짝 스타'를 뛰어넘어 풀타임 외야수로 가능성을 타진하고 싶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어느덧 9년 차가 된 우완 사이드암 김성배는 지난해 마무리훈련서부터 쏟아지는 감독의 기대로 '30대 차세대 유망주'라는 새 별명을 얻기도. 2005년 계투로 8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했던 김성배는 약점으로 지적되던 좌타자 공략에 대해 새로운 변화구 옵션을 장착, 확실한 몸쪽 공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우완 박정배의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극적으로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었던 노경은은 기대감의 벼랑 끝에서 살아남은 케이스다. 좋은 구위에도 불구, 제구난을 보이며 만년 유망주로 잊혀지는 듯 했던 8년 전 1차 지명자 노경은은 "오랫동안 기대에 어긋났던 것을 모두 만회하고 싶다"라는 뜨거운 각오 속에 2011년을 준비한다.
 
이들이 특별히 언급되면서 팀 내 경쟁구도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민은 주포 김동주와 수비력에 있어 국내 최고급으로 평가받는 이원석과 3루를 놓고 경쟁한다. 윤석민은 김동주보다 젊고 이원석보다 배팅 파워가 뛰어나다. 주전 좌익수 김현수의 1루 기용 방안까지 제기하게 했던 정수빈은 외야 전 포지션에서 기존 선수들의 엄청난 자극제가 된다.
 
극단적으로 보았을 때 김성배와 노경은은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 지 장담할 수 없다. 김성배는 5선발 후보로서 특유의 지저분한 볼 끝을 살리는 동시에 타자 몸쪽으로 과감하게 붙이는 결단성이 필요하고 두산 투수진 운용 열쇠가 될 롱릴리프진 가세가 유력한 노경은은 다급한 순간 추격조로서 배짱투를 선보여야 한다.
 
실제로 김 감독이 전폭적인 기회 부여를 약속한 뒤 이를 잘 살리지 못했던 선수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트레이드 선상에 오르거나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그 시즌을 마감한 경우도 있었다. "기대한다"라는 이야기는 바꿔 말하면 이를 절실함으로 느껴야 한다는 말과 같다. 냉정히 생각하면 언급된 4명 중 정수빈 정도를 제외하고 팀 내 1군에 확실히 자기 자리를 만든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사관 학교 우등생'이 될 수도 있고 '낙오자'가 될 수도 있다. 김 감독이 지목한 4명의 2011년이 어떻게 전개될 지 여부 또한 두산의 올 시즌 팀 성적을 결정지을 변수다.
 
farinelli@osen.co.kr
<사진> 윤석민-정수빈-김성배-노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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