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라 불리긴 미안하죠. 아직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돌도 분명 아니죠. 저희는 지금 그 중간 단계에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달 24일 네 번째 미니앨범 '빅뱅 이즈 백'으로 가요계에 복귀한 빅뱅은 음반판매 10만장을 넘기고 각종 음원차트에서는 타이틀곡 뿐 아니라 전곡의 줄세우기로 빅뱅 브랜드의 파워를 실감케 하고 있다.
또 어떤 프로모션 없이 타이틀곡 '투나잇'은 미국 빌보드 히트시커스 앨범차트 7위, 월드 앨범차트에서도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뿐 아니라 미국 아이튠즈 전체 앨범차트에서 6위까지 오르고, 북미 유럽 등지에서도 높은 순위를 장식했다. 파격적인 컴백 스페셜 방송도 두 차례나 가졌다. 말그대로 가요계의 빅뱅이다.

하지만 멤버들은 이런 달콤한 성취감을 대신 음악적 고민에 대한 성장통과 한국 가요계 시스템에 대한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했다. 또 성취감에는 이런 단순한 기록들 외에 어떤 특유의 음악적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빅뱅은 자신들이 단순한 아이돌로 불리기를 거부했다.
- 이번 앨범에 어떤 음악적 변화를 시도했나?
▲ 지드래곤 : 스타일의 변화라기 보다는 아이돌이 뮤지션, 아티스트가 되는 과정을 가장 정확히 드러낸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저희는 뮤지션도 아니고 아티스트도 아니지만 아이돌도 분명 아니다. 우리를 아이돌이라 하기에는 나이도 그렇고 사람들에게 미안한 면이 있다.
- 각 개인의 특성이 유난히 강한 빅뱅이다. 빅뱅이란 이름으로 조화를 이루는 과정은 어땠나?
▲ 지드래곤 : 멤버들 목소리들의 느낌이 다 다르다. 태양은 팝 알앤비 느낌이 크고 감성적이고 여리다. 대상은 맑다는 느낌이 들다. 남들에 비해 외국물을 덜 먹은 토속족인 느낌이 귀에 꽂힌다. 승리는 호흡을 많이 써서 애절하고 호소력이 있다. 탑은 허스키하고 남성적이고, 나(지드래곤)는 얇고 하이톤이다. 목소리 자체가 다들 너무 달라 한 곡에 뭉쳐놔도 흐름상에 문제가 있지 않다. 짜깁기할 때 높낮이 밸런스가 다 달라서 재미있다. 한 곡이 3분이지만 굉장히 재미있다는 느낌을 가졌다. 작업을 하면서(프로듀싱 하면서)굉장히 많이 섞어보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작업을 해볼 것 같다.
탑 : 빅뱅 다섯명이 조율을 많이 했다. 빅뱅이란 팀의 음악을 대중이 듣기 거북해 하지 않기 서로 각자의 색깔을 죽이는 것에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 멤버 개개인의 색깔이 넘칠까 고민했다는 말인가?
▲ 지드래곤 : 빅뱅 하나로 안 보여지고 지드래곤은 지드래곤 같고, 태양은 태양같으면 어떡할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컴백을 해서 다섯 명이 무대에 서 보니 다섯명이 뭉친 분위기가 나온 것 같다. 그 만큼 신인으로 돌아간 것처럼 심혈을 기울여 열심히 했다. 연습시간에 늦으면 벌금제까지 만들고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이번 앨범을 작업해보니 각자 자기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면들이 뚜렷이 있는데 합쳐보니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애들을 모여놔도 빅뱅 전체로 어울리듯이 각자 성향이나 느낌은 다르지만 작업 해서 나오는 느낌이 있다. 어려운 점은 없었고 한명한명 아티스트들을 프로듀싱하는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탑 : 가장 우려한 부분이 멤버들 각자의 색깔이 뚜렷해서 하나로 융합이 안 되면 어떡하나란 것이었다. 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것처럼 빅뱅으로 뭉쳤을 때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 프로모션 없이 북미 등 해외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고무적인 현상인데.
▲ 탑 : 우리가 절대 유명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양의 솔로앨범, 지디앤탑 앨범, 이 외에도 각자가 이뤄낸 결과물로 빅뱅에 대한 궁금증이 해외에서도 커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임감을 갖게 된다. 태양이 얼마 전 미국을 갔다왔는데 많은 미국 아티스트들이 한국 음악에 대해 궁금해 한다고 하더라. 예전에는 한국 대중이 어떤 것들을 좋아할까, 란 생각이 컸는데 이제는 더 나아가 외국 아티스트들과 경쟁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지드래곤 : 빅뱅 음악은 국내만 생각하고 만든 것이 아니라 해외시장을 보며 좀 더 크게 생각하니까 훨씬 파이팅이 되더라. 지누션, 세븐 등 많은 선배들이 앞서 이뤄낸 결과들이 저희 것에서 상당 부분 축복이 된 것 같다. 10년 후 운대가 잘 맞으면 후배들에게도 우리의 노력이 떨어지겠지. 그러길 바란다. 한국의 모든 그룹들이 그렇게 돼서 좀 더 전체적으로 가요계 퀄리티가 높여졌으면 좋겠다. 한국 가수들이 정말 잘해 해외에서 많이 찾아봐줬으면 좋겠다.
- 무대에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지드래곤 : 5년 정도 하다보니까, 그리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다 보니까 지금 빅뱅은 어디서든 무엇이든 의아하지 않게끔 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투나잇'에서 내가 하는 기타 퍼포먼스 부분은 사실 부끄러운 데 부끄럽다고 생각하면 티가 난다. 무대 위에서 만큼은 내 무대라고 생각해야 한다. 퍼포먼스는 자신감의 문제인 것 같다.
- 빅뱅의 음악적인 욕구는 뭔가?
▲ 지드래곤 : 외국은 정말 유명한 아티스트가 오랜만에 앨범을 내든 그 음악을 단순히 블로그를 통해 올리든 집중되는 포커스가 똑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수가 노래를 만들면 앨범을 내고 큰 프로모션을 해야 한다. 그게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다.
오늘 당장 음악을 녹음해서 내일 블로그에 올려놓는 등의 작업으로 많은 곡들을 팬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데 한국은 회사와 시스템이란 게 있지 않나. 공연도 많이 하고 싶다. 그냥 좋아서 곡을 만들고 녹음하고 공유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점차 바뀌어나가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진짜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설 수 있는 기회들도 많지 않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을 장르에 상관없이 하고 싶을 때 하고, 대중도 듣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골라듣는 거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블로그 이벤트 같은 것을 많이 하려고 한다. 이번 년도 안에 많이 바뀌지 않을까.

- 성장통을 어떻게 겪었나?
▲ 탑 : 멤버들 모두에게 성장통이 있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일부러 1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대화를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많이 성숙했다. 앞으로 저희가 보여드릴 게 너무 많은데 한국은 아이돌 가수가 틀 안에 갖혀있기에 가장 좋은 환경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갇히지 않고 싶었다. 우리는 겉으로 보여지는 성향이 자유로운데 그게 척이 아니라 정말 다들 성향과 성격이 다르고 자유롭다. 갇히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 '1위' 같은 기록은 얼만큼 중요한가?
▲ 탑 : 단순한 음원순위는 아티스트에게는 큰 평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순위로 아티스트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요즘 음악 시장은 1위를 하고 2위를 하고 이런건 안 중요하다. 1위에 연연해 하지 않다. 음악을 하는 내가 자신있고 즐겁고 그러면 됐다.
지드래곤 : 누가봐도 1위를 했어도 내가 생각하는 1위와 남들이 생각하는 1위가 다를 수 있다. 그런 것이 정답이 아닌 걸 알고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분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쪽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
- 음악산업 쪽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나?
▲ 태양 : 나름 아이돌이란 명분이 있는데, 저희들이 그런 아이돌이란 의미에서는 시스템 자체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
- 그런 방향성이 회사와 상충하는 부분도 있을텐데?
▲ 지드래곤 : 저희로서는 회사에서 솔로 앨범을 내는 게 굉장히 큰 해소제인 것 같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도, 음악적 견해에 차이가 있어도 솔로 작업을 다 할 수 있고 풀 수 있으니 음악에 다 쏟아 부을 수 있다. 회사로서도 그러면 아티스트들에게 할 말이 있다. 저희도 회사에게 고맙고 서로 '기브 앤 테이크'의 개념이다. 좋은 방향으로만 나가는 것 같다.
태양 : 멤버들이 음악적으로 나가는 방향은 결과적으로 빅뱅 전체에게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솔로 앨범은 장르나 개성이 다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음악적으로는 항상 같이 가는 것 같다. 뿔뿔히 하다 모이는 게 아니라 더 큰 음악을 낼 수 있게 통합되는 것이다.
지드래곤 : 대중도 좀 더 크게 생각해달라. 빅뱅하면 딱 이것, 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저희로서도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으니 지켜봐달라. '빅뱅 전후세대'란 말이 나올만큼 많은 것을 바꾸고 싶다.
- 빅뱅만의 자부심은 뭔가?
▲ 탑 : 빅뱅이란 팀만 할 수 있는 그런 색깔을 많이 보여줄 수 있다는 것.
- SBS에 이어 엠넷에서도 컴백 스페셜 방송을 했다. 오랜만의 컴백인 만큼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 탑 :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오해를 하지 않게 싶었다. 무대 하나 하나를 구상할 때도 애착을 갖고 열심히 했다. 우리가 설렁설렁 하는 게 아니다. 긴장하려고 노력했다. 2년 3개월간에 기다려 준 팬들에게 보여드리는 무대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 다음 앨범은 언제?
▲ 일본 투어하고 7, 8월에 정규 앨범이 나올 것 같다.
- '시크릿 빅뱅'이 큰 화제가 됐었다
▲ 태양 : 매년 '빅쇼'를 위해 준비하던 이벤트 중 하나였는데, TV를 타면서 좀 더 화제성이 커진 거 같다. 콘서트에 놀러오신 관객들에게 중간 쉬는 타임에서 웃음을 드리려고 한 것인데 많은 분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 줘서 부끄러운 점도 있다.
탑 : 대본을 그 전날 해외에 갔다가 들어와서 준비했다. '빅쇼' 뿐 아니라 SBS에서도 나온다고 해서 부담도 있었다. 원작을 좋아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걸 잘 지키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노력을 많이 했다.
(두 번의 키스신 반응이 뜨거웠다) 이젠 해탈 상태다. (둘 중 어떤 키스가 더 좋았나?) 지드래곤과 거품 키스할 때는 부담이 안되더라 차라리. 승리는 NG를 계속냈다. 정말 화가 났다.
승리 : 탑형 입술이 굉장히 촉촉하더라. 그래서 인기가 많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일동 침묵-웃음의 교차).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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