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도, '1박2일'도 웃었다. 고르고 골라낸 진주가 빛을 발한 셈이다. 시청자들은 새 멤버 엄태웅의 순진무구함, 정제되지 않은 원초적 매력에 빠져들었다.
6일 방송된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입생 엄태웅의 신고식이 치러졌다. 녹화 당일 자택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그를 납치해온다는 '1박2일'다운 환영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폭소를 자아냈고 엉겁결에 끌려나온 엄태웅의 어리바리 모습들은 신선미를 풍겼다. 이쯤 되면 기대 이상의 '썩 괜찮은' 신고식이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엄태웅의 매력에 반했다. 기대 이상!",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새 멤버, 환영합니다", "엄태웅과 기존 멤버들의 조합이 훌륭하다. 새로운 캐릭터 탄생 예고!", "엄태웅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기대만발" 등과 같은 호평들이 쇄도했다. 나 PD 이하 제작진의 안목이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이다.


사실 반신반의했던 '예능 초보' 엄태웅에게 이렇듯 호평이 쏟아지는 이유가 뭘까. 엄태웅은 분명 예능 새내기이고 이제껏 카리스마 있는 배우로서의 이미지만이 그가 대중에 어필하는 방식이었다. 드라마나 영화 등 작품 속 그는 연기파답게 진중하고 한결 같았다. 그런 그가 첫판부터 알몸을 드러낸 채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있으니 웃음보가 터질 만도 했다. 선수 같은 입담이나 특별한 몸 개그는 없었다. 어쩌면 웃기려는 의도나 욕심 자체를 찾아볼 수 없는 그저 모든 것이 얼떨떨하고 신기한 새내기 그 자체였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엄태웅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으로 쫓으며 때 묻지 않아 풋풋한 그만의 무기를 금방 알아채고 만 것이다.
아무런 그림도 그려 넣지 않은 하얀 도화지. 이제 갓 예능에 입성한 엄태웅은 빈손인 듯 했지만 그 손에 무언가 가득 짊어질 각오로 충만했다. "시켜주시는 건 뭐든 하겠다.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그의 출사표는 사실 너무도 구태의연한 인사말이었지만 그토록 정직하고 다부질 수 없었다. 이는 평소 인간미를 강조하는 '1박2일'의 식구 요건에도 잘 부합하는 캐릭터였다.
물론 첫 인상은 좋았지만 아직 모든 걸 속단하기는 이르다. 과연 엄태웅이 어떠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는 제작진도 시청자들도 모른다. 보여줄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멤버들 사이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도 많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엄태웅과 '1박2일'에게는 이제 서로를 좀 더 알아갈 시간, 아껴줄 시간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은 한 예능늦둥이의 기특한(?)성장을 지켜볼 재미만 남았다.
issue@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