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로 성장할 재목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2011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꺼낸 얘기다. 새내기 고무열(21)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고무열의 개막전 출전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포항이 치른 16번의 연습경기에서 팀 최다인 11골을 터트렸으니 당연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지난 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 개막전에서는 고무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에 나서기는커녕 출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기량의 문제는 아니었다. 황선홍 감독은 약속(?)대로 고무열을 출전시키고 싶었지만 K리그 등록에 발목이 잡혔다. 고무열의 모교인 숭실대가 이적동의서를 발급하지 않으면서 생긴 사태였다.
고무열이 정상적으로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선수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모교가 선수의 길을 가로막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사연이 있었다. 사실 고무열은 2009년 포항에 우선지명을 받은 선수다. 당시 가능성은 있지만 기량이 여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고무열은 숭실대에서 기량을 쌓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 뒤에는 포항에 입단하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고무열이 숭실대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중퇴하면서 일이 꼬였다. 개인의 선택이었지만 그 과정이 깔끔하지 못했다.
숭실대 입장에서는 선수를 열심히 키워놨더니 정작 필요할 때 제 멋대로 떠난다며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숭실대는 1년만 더 뛰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고무열의 K리그 데뷔는 가까운 시일 내에 성사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와 대학축구연맹이 10일 선수자격심의위원회를 열고 구제책을 마련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와 구단 그리고 대학까지 모두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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