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멤버서 여행업계로…송재윤 허니문코리아 이사
호텔리어로 첫발, 귀국 후 여행사 재취업
편견 두려웠지만 자정 퇴근하며 인정받아

“연예계 경험, 하늘이 제게 준 선물이에요”
[이브닝신문/OSEN=백민재기자] 연기자, 모델, 가수, 호텔리어, 그리고 여행사의 이사. 19살 때부터 31살까지 허니문코리아 송재윤 이사가 걸어온 길이다. 한때 촉망받는 걸그룹 멤버였던 그녀는 화려한 생활을 버리고 제2의 인생을 누리고 있다. 물론, 과거보다 현재가 훨씬 재미있다고 한다.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
송재윤 이사의 꿈은 무용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용에만 매달렸던 아이. 그러다 19살이던 1999년, MBC 공채 탤런트로 발탁되며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학교도 동덕여대 공연예술학부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조금 적응이 되지 않았다고 할까요. 처음에는 모델 일만 했는데, 솔직히 그 생활도 괜찮았어요. 나중에 가수를 준비하던 친구가 제안을 해서 걸그룹 활동을 시작했죠.”
2004년 하트로 데뷔한 그녀는 1집을 발표하고 2005년에 다시 제이하트라는 그룹으로 활동했다. 아침에 일어나 예쁘게 꾸며진 모습으로 방송국으로 향하는 생활. 화려하고 재미있었지만, 뭔가 자신과는 맞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느꼈다. “무용처럼 땀을 흘려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그런 심장이 뛰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그때는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이 유행했던 시기죠. 다들 제가 밝고 귀엽게 생겨서 잘할 것 같다고 기대를 하셨는데, 실제로는 잘 못했거든요(웃음). 팀원들과 소속사 직원들에게도 미안하고. 나중에 연예정보프로그램과 라디오에 고정으로 들어가면서 점점 부담도 커져만 가고. 함께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제가 봐도 연예인 같았어요.”
고민하던 2005년 겨울, 결국 소속사에 연예계 은퇴라는 폭탄선언을 하고 무작정 태국으로 향했다. “제가 하기로 마음먹으면 단숨에 하는 성격이라(웃음). 기말고사 보는 마지막 날 바로 떠났죠.” 사실 태국은 뮤직비디오 촬영 때문에 딱 한번 가본 적이 있을 뿐이었단다.
▲수영장 있는 풀 빌라 매력에 푹
그녀가 찾아간 곳은 태국 푸껫의 프리마 풀빌라 호텔이었다. “일단 한국 분이 오너로 있는 회사를 가고 싶었다. 또 얼굴이 알려진 상태라 한국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겪어낼 자신이 없었다.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무작정 지원서를 냈던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거창하게 호텔리어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풀 빌라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호텔 안에 커다란 수영장이 있는 풍경이 너무나 신기했다고 한다.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배워 나갔죠. 태국 직원들과도 적응을 해야 했고. 제가 나이도 많지 않은데다, 한국인들은 권위적이라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용감하게 다 부딪힌 것 같아요.”
그녀는 태국에서 한국의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실제로 그 후에 그녀를 찾아오는 한국인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저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는 늘 최선을 다 했죠. 아무리 최고의 호텔이라도 고객 앞에서는 늘 서비스 마인드가 있어야 하니까요.”
태국 생활은 그녀의 성격도 밝고 긍정적으로 바꿨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의외로 여행지에 대해 잘 모르고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 물을 싫어하는데도 푸껫이나 세부로 가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제가 나중에 여행업을 하게 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예상보다 한국에 빨리 오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열정에 올인한 신입사원
1년 넘게 태국 생활을 정리하고 2006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여행업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되지는 않았다. 처음 들어갔던 여행사는 결국 문을 닫았다. 이후 신입사원으로 또 다른 여행사로 입사하면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른 직원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서 6시 반이면 퇴근을 하는데, 그녀는 경비원이 나가라고 하는 자정까지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했다.
“성격이 일단 시작하면 잘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에요. 대신 못하는 것은 손을 대지 않는 편이고. 또 다행히 그 회사 분들은 제가 연예인 활동을 했는지 모르셨어요. 만약 알았다면 ‘괜히 유난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제가 열심히 하는 것을 그대로 인정해 주셨죠.”
지금처럼 과거 경력을 당당하게 알리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사실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제가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 허니문을 가게 된다면, 평범한 여행사의 평범한 직원을 원할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제가 한 번은 뛰어넘어야 할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연예인 생활 아쉬움이요?
송 이사는 다양한 직업을 가져본 것이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저는 아직도 여행에 대한 신비로움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도 처음 손님에게 전화를 할 때는 떨리거든요. 늘 ‘이 사람은 어떤 여행을 원할까’라는 생각을 하죠.”
연예인으로 더 잘 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없을까. 송 이사는 “그때는 아쉽지 않았다. 쇼프로그램은 힘들었지만,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생활이었다. 아마 꿈에 대한 목표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자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예계 생활은 저에게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일을 할 수 있고, 호텔 일을 하게 바꿔준 계기가 됐으니까요.”
5년은 연예인으로, 5년은 여행업을 하면서 살고 있다. 물론 지금의 일이 더 재미있다. “제가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특히 고객들을 기분 좋게 해주고, 제가 만든 플랜에 대해 고객들이 만족을 느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노처녀로 죽으면 어떡하나
그녀는 지금도 가장 늦게 퇴근하는 직원이다. “부모님께서는 ‘너무 일만 하다 노처녀로 죽으면 어떻게 하나’고 말하신다”며 미소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의 허니문 계획은 척척 짜주지만 정작 본인은 남자친구도, 결혼 계획도 없다. 소개를 시켜주겠다는 사람은 물론, 심지어 회사로도 전화가 온다고. 그러면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을 한다.
“결혼은 때가 있다고 이야기 하는데, 저는 일도 때라고 생각해요. 정말 절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날 기다려 주고 있겠죠. 그렇지만 일은 절 기다려주지 않잖아요. 아직까지는 일이 더 좋아요.”
그녀의 꿈은 작은 섬에 리조트 몇 채를 지어서 운영을 하는 것. 그래서 취미가 구글 위성사진 보기다. “크게는 아니라, 소소하게 다섯 채 정도 지어서 운영하는 거죠. 제가 처음에 느꼈던 감동을 다른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nescafe@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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