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룰5 제도' 이른바 2차 드래프트가 생겼다. 그러나 미국의 그것과는 확실히 그 성질이 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8일 8개 구단 단장들이 모인 가운데 실행위원회를 열어 9구단 우선협상 대상자인 엔씨소프트의 선수수급 방안을 논의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회의는 오후 5시가 넘어 끝났다. 무려 6시간 이상 진통이 걸린 회의에서 내려진 많은 결론 가운데 관심을 끌었던 대목이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시행하고 있는 룰5 제도, 한국식으로 2차 드래프트라는 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량은 뛰어나지만 팀 사정상 1군에 자리가 없는 선수들에게 금방이라도 길이 열릴 것처럼 보였다.
이날 실행위원회는 2년에 한 번씩 격년제로 2차 드래프트를 실시하기로 합의를 모았다. 구단당 3라운드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신생구단부터 전년도 성적의 역순위 지명 후 모든 라운드 종료 후 5명을 신생구단이 지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국식 룰5' 제도가 마침내 이뤄져 선수수급의 길이 보다 원활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2차 드래프트에 나오게 될 선수들의 가치 탓이다. 구단에서 지정해놓은 무려 50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국의 룰5 제도를 살펴보자. 미국의 룰5 제도는 기량은 좋은데 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마이너리그에서 죽은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에게 빛과 희망이다. 마이너리그에서 3시즌 이상을 뛴 선수 가운데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실시한다. 지난 1950년부터 시작된 룰5 제도는 금전적인 손해와 함께 지명한 선수를 무조건 25인 현역 로스터에 올려야 한다는 강제성 때문에 매우 활성화돼 있는 건 아니지만 활용도가 쏠쏠하다. 멀게는 로베르토 클레멘테, 조금 멀게는 조지 벨, 가까이는 요한 산타나가 바로 룰5 제도가 낳은 대형 스타들이다.
그러나 한국형 룰5 제도는 특이하다. 일단 보호선수 범위가 너무 넓다. 한 해 선수 등록 정원이 63명인데 50명을 제외한 선수들이라면 1군은 커녕 2군에서도 전력 외로 분류된 선수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FA 및 신인 선수 그리고 군보류 선수들을 제외한 것이다. 즉시 전력에 보탬이 될 만한 선수를 건질 가능성이 극히 낮은데 보상금까지 있다. 1라운드 3억원, 2라운드 2억원, 3라운드 이후 1억원씩 보상금을 2차 드래프트 지명 대가로 내야 한다. 당장 올해 끝난 뒤 시작되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프로야구의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는 점이 바로 전력 양극화다. 여기에 신생구단까지 전력 약화가 불보듯 뻔하다면 리그는 뜻하지 않게 상하위 양대리그로 분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상위팀들은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하위팀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리그의 평준화를 위해서라면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현실적인 룰5 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야구인은 "팀 사정상 2군에 머물 수밖에 없는 선수들은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식 2차 드래프트가 아닌 미국식 룰5 제도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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