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한의원 건강칼럼]세상이 참 좁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 사람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란 느낌이 올 때 사람의 직감이란 것은 참 무서운 것 같다. 우리 한의원에서 진료하는 클리닉들은 대부분 생활 고질병이다. 그러다보니 대놓고 이러저러하다란 말을 못하는 환자들이 많고 또 내원할 때까지 많은 심리적 압박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상담하는 방법도 메신저부터 이메일, 전화 등 요즘 할만한것은 다하고 산다.
그런데 메일을 통해 한달 전부터 상담을 한 사람이 있었다. 하루에 화장실은 다섯 번 넘게 가고, 어느 날은 설사 땜에 하루 종일 고통 받다가, 며칠 뒤에는 변비가 생겨 미치고 답답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언제나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이젠 외출하기도 겁나고 외출 하더래도 주변에 화장실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사제와 변비약을 달고 살고 있다는 것도 덤으로...
이외에 이런저런 얘기를 종합해보니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의심 됐다. 일반인들에게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란 질환은 좀 해깔리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설사와 변비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증상이 동시에 찾아오는 질환이다. 이와 함께 하복부의 불쾌감과 압박 등 생활속 고질병의 대표격이다. 대표적인 증상이 설사와 변비이니 근심을 풀어야할 화장실은 이 반대로 근심이 늘게 되는 곳이 돼 버린다.

한번 상상을 해 보시라. 폭풍 설사 때문에 다리가 후들 거릴 정도로 화장실에서 진을 뺀 뒤.. 몇일 뒤부터는 꽉 막힌 속 때문에 화장실에서 벽을 치게 된다면? 이쯤되면 하루에도 10번씩 변한다는 여자의 마음 때문에 냉가슴 앓고 있는 남자들의 고통은 매우 유치하고 복에 겨운 것을 깨닫게 된다.
어쨌든 몇 번 상담을 하고 내원하기로 한 뒤 이 환자의 E-mail을 다시 봤다. 전혀 모르는 사람 이름인데 왠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틀 뒤 내원 후 차트를 받아 열고 이 환자를 만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때 우리반 동창이었다. 진료를 다 마치고 차 한잔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나에게 보낸 E-mail은 처제 메신저 ID래나? 내가 쓴 칼럼 보고 긴가민가 했지만 첨엔 올 생각이 없어 처제 E-mail을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얘기를 한방 날렸다. “야! 친구는 둘째치고 그 동안 네가 이 질환 땜에 불안한 생활 했을텐데 주변 사람들은 생각해 봤냐?!”
[글 :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OSEN=생활경제팀]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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