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데이터야구] 봉중근, 올해는 불운 떨칠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3.10 10: 21

LG는 마운드가 약하다.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마운드 때문에 울었다. 그래도 에이스가 있었다. 그런데 그 에이스도 같이 울었다. LG 좌완투수 봉중근(30)은 지난 3년간 82차례 선발등판에서 55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한화 류현진(56차례)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며 봉중근 다음으로는 SK 김광현(54차례)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42승, 김광현은 44승을 거뒀는데 봉중근은 단 32승에 그쳤다. 어느 순간 봉중근에게는 '봉크라이'라는 별명이 붙어있었다. 대체 얼마나 불운했던 것일까.
▲ 왜 봉크라이인가
봉중근은 류현진 다음가는 퀄리티 스타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32승29패라는 5할을 갓 웃도는 성적에 그쳤다.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선발패를 떠안은 경기가 무려 10차례나 있었던 탓이다. 7이닝 이상 2자책 이하로 막은 경기에서도 2패를 당했다. 패만 떠안은 게 전부가 아니었다. 팔이 빠지도록 던져놓고도 승패와 무관하게 된 경우도 많았다. 이른바 '노디시즌' 경기였다. 퀄리티 스타트를 했지만 승패와 무관했던 경우가 무려 15차례. 더 나아가 7이닝 이상 2자책 이하로 틀어막았으나 노디시즌이 된 것도 7차례였다. 그런데도 군소리 한마디없이 마운드를 지킨 봉중근이다. 그는 LG의 자존심을 지킨 의사이자 성인군자였다.

▲ 빈약한 득점지원
2008년 4.48점, 2009년 4.55점, 2010년 4.47점. 봉중근의 9이닝당 득점지원이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로 한하면 2008년 17명 중 10위, 2009년 16명 중 15위, 2010년 15명 중 12위였다. 그런데 매해 봉중근은 1년에 한 번씩 두 자릿수 이상 화끈한 득점지원을 받는 게 연례행사였다. 그 연례행사를 제외할 경우 봉중근의 지난 3년간 9이닝당 득점은 3.36점, 4.15점, 3.50점으로 뚝 떨어진다. 2008년, 2010년은 규정이닝 중 최하위가 되어버린다. 지난 3년간 무득점 지원이 무려 17차례나 달했다. 1득점 지원 10회, 2득점 지원 9회, 3득점 지원 18회. 82차례 선발등판에서 3분의 2에 해당하는 54회가 3득점 이하밖에 지원받지 못했다. 봉중근이 울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 승리를 날린 불펜
타선의 지원만 빈약했던 게 아니다. 불펜도 다 잡았던 봉중근의 승리를 수차례 공중으로 날렸다. 2008년 봉중근은 4차례나 선발승 조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뒤이은 투수들이 불을 질렀다. 4차례 중 3차례가 9회에 증발된 승리였다. 2009년에는 그래도 한 번밖에 없었다. 물론 그건 또 9회였다. 2010년은 2008년의 재현이었다. 역시 4차례나 불펜 투수들이 봉중근의 귀중한 승리를 날렸고 그 중 9회에 아깝게 떠내려보낸 게 2차례였다. 지난 3년간 봉중근은 총 9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9회에 날린 것만 무려 6차례였다. 선발로 책무를 마치고 마운드를 떠나 덕아웃으로 들어온 봉중근은 애처롭게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하늘은 그의 승리를 빼앗는 악취미가 있었다.
▲ 에이스의 불운, 팀의 불운
지난 3년간 봉중근은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늘 푸른 소나무' 김용수가 1996~1998년 기록한 이후 12년 만이었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김용수가 46승을 쌓았으나 봉중근은 단 32승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김용수의 평균자책점은 3.37, 봉중근의 평균자책점은 3.17. 투구이닝도 김용수가 483⅓이닝, 봉중근이 537이닝이다. 세부기록은 봉중근이 더 좋다. 그런데도 승수에서 무려 14승이나 차이가 나는 데에는 '팀'이라는 이유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1996~1998년은 LG의 실질적인 마지막 황금시대였지만 지난 3년간 LG는 암흑기였다. 에이스의 불운은 곧 팀의 불운이었다. 봉중근이 눈물을 흘린 건 그가 승을 못 올려서가 아니다. 팀이 졌기 때문이었다.
▲ 올해는 불운을 떨칠 수 있을까
지난 3년간 지긋지긋한 봉중근을 괴롭혀 온 불운. 과연 올해는 떨칠 수 있을까. 신바람 나는 타선과 강력한 불펜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타선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외야 빅5'가 각자의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수비의 안정은 곧 타선의 집중을 부를 수 있다. 견제세력들도 이제는 당당한 경쟁세력이 됐다. 타선의 힘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불안한 수비와 불펜은 여전히 물음표를 떼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불펜 문제에 대한 걱정의 시선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직 확실한 마무리 투수도 고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에이스 봉중근이 마무리로 전환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불펜만 자리를 잡는다면 봉중근의 불운한 눈물은 환희의 눈물로 바뀌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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