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박두' KT-전자랜드 빅매치 관전 포인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3.10 08: 01

막바지에 접어든 프로농구 정규리그 막판 최고 빅매치가 벌어진다.
1위 부산 KT와 2위 인천 전자랜드가 10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1위 자리를 놓고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를 벌인다. '미리보는 챔피언 결정전'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3승2패로 KT가 전자랜드에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승차도 2경기 앞서있는 상황. 1위 KT와 2위 전자랜드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맞대결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 강점
KT의 강점은 빈 틈 없는 조직력이다. 공수에서 물 샐 틈 없이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가 움직이는 듯하다. 박상오가 팀 공격을 이끌고 있지만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적은 편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 누가 슛을 터뜨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박상오와 송영진처럼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 수 있는 공격 옵션들이 많아 상대 수비를 곤혹스럽게 만들며 조성민과 조동현은 2대2 플레이에 능하다는 점에서 언제나 위협적이다. 여기에 찰스 로드가 넘치는 에너지와 탄력으로 튀어오른다. 공격보다 수비에서 더 악착 같이 움직인다. 그래서 평균 81.6득점(2위) 75.2실점(3위)이라는 매우 이상적인 득실점 마진 비율을 보이고 있다.
전자랜드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공격한다. 문태종-서장훈-허버트 힐이라는 강력한 삼각편대가 바로 전자랜드의 절대적인 중심이다.
 
그런데 예측 가능하면서도 막기 힘든 게 바로 이들이다. 문태종이 외곽, 서장훈이 하이포스트, 힐이 로포스트에서 각자의 위치를 잡고 있다. 상황에 따라 문태종과 서장훈이 내외곽을 번갈아 공략한다. 힐은 든든히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가장 확률 높고 안정적인 공격을 하는 팀이 바로 전자랜드다. 팀 야투성공률이 52.1%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그래서 전자랜드는 기복이 없고 승부처에 강하다. 문태종과 서장훈도 집중 견제에서 벗어났다. 두 선수가 황혼의 나이에 만난 건 서로가 고마워하고 축복해야 할 일이다.
▲ 약점
KT의 약점은 명백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높이는 올 시즌 내내 KT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높이에 대한 부담으로 원주 동부, 전주 KCC, 서울 삼성 등 장신팀들을 상대로는 이겨도 어려운 경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신팀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던 건 제스퍼 존슨이라는 내외곽을 오가며 상황에 따라 가드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존재가 컸다. 그런데 그가 예기치 못한 종아리 근육 파열로 한국을 떠났다. 로드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지만 타이트한 상황에서 존슨의 결정력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존슨의 부상은 장신팀에 대한 공략과 해결사 부재라는 두 가지 숙제를 안겼다.
전자랜드는 안정감이 있는 팀이지만 종종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가드진이 안정되지 못한 탓이다. 베테랑 신기성과 신예 박성진이 있으나 경기 장악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승부처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해결하는 것도 결국에는 문태종의 몫이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경기 흐름을 확실하게 틀어잡고, 안정감있게 운영할 수 있는 가드의 존재감이 아쉬운 상황이다.
 
여기에 문태종을 제외하면 확실한 외곽슈터가 없다는 것도 아쉬움이다. 물론 '작은 문태종'이라고 불리는 정병국이 돌아왔으나 아직 그의 3점슛포가 시원스레 터지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문태종-서장훈-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들이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 관전 포인트
KT와 전자랜드는 지금까지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안양 인삼공사, 창원 LG와 함께 아직 우승을 맛보지 못한 팀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올 시즌 마침내 우승할 수 있는 적기를 잡았다.
 
정규리그 1위 자리는 KT가 매우 유리한 게 사실이다. 상대전적에서 전자랜드에 3승2패로 앞서 있고 득실점 공방률에서 20점을 앞서고 있어 설령 10일 맞대결에서 패하더라도 여유가 있다. 21점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으면 동률이 될 경우 KT가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KT와 전자랜드의 승차는 2경기지만 실질적으로 3경기라고 할 수 있다. KT가 이긴다면 매직넘버는 4에서 순식간에 사실상 1로 줄어들게 된다.
이날 맞대결은 단순히 1위 전쟁만이 아니다. 향후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날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선 제압이 필요하다. KT는 6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이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장신팀을 상대하지 않았다. 삼성도 이승준이 빠져 있었다.
 
따라서 전자랜드는 좋은 예비 상대가 될 수 있다. 장신팀에 대비한 전창진 감독의 비책과 새로운 외국인선수 '큰' 앤서니 존슨의 적응력을 지켜봐야 한다.
 
전자랜드는 정병국의 활용도를 높이고, KT의 쉴 새 없는 움직임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수비 조직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다.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긴장감을 높이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상대로 KT만큼 좋은 팀도 없다.
여기에 MVP 대리전이라는 양상도 띠고 있다. KT에서 밀고 있는 박상오와 전자랜드의 문태종과 서장훈은 올 시즌 유력한 MVP 후보들로 거론된다. 마지막 맞대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쪽에게 표심이 쏠릴 수 있다. 박상오의 굳히기냐 아니면 문태종과 서장훈의 전세 역전이 이뤄질지 여부는 이날 경기 맞대결에 달려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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