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민의 베이스볼 다이어리]NYY 리베라와 소리아노가 나란히 앉아 있는 이유는?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3.10 05: 14

"마리아노 리베라(42)랑 라파엘 소리아노(31)가 나란히 앉아 있네요?".
지난 2일 2011시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진행중인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조지 스타인브레너 스타디움 내 뉴욕 양키스 클럽하우스를 찾았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선수들이 개인 라커를 활용 경기 전 옷을 갈아입고 잠시 나마 휴식을 취하는 개인 공간입니다. 이번 취재 동안 10개가 넘는 팀의 클럽하우스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은 보통 등번호를 연결해서 라커를 쓰는 구단이 있는 반면, 스타급 선수들끼리 모여있는 구단도 있고, 같은 인종 또는 국가 선수들끼리 모여 있는 구단도 있습니다.

양키스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리베라 라커 옆에 소리아노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일단 리베라의 등번호는 42번, 소리아노는 29번입니다. 그리고 리베라는 파나마, 소리아노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입니다. 둘 사이 지난 경력을 아무리 살펴봐도 공통 분모는 없습니다.
리베라는 모두가 아시겠지만 15년 넘게 양키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죠. 지난해 33세이브를 기록한 리베라는 오프 시즌에 계약기간 2년 총액 3000만 달러(약 330억 원)에 양키스와 재계약 했죠. 올 시즌에도 양키스 주전 '수호신' 역할을 맡을 예정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탬파베이에서 45세이브를 거둔 소리아노는 지난 1월 예상을 깨고 양키스와 계약 기간 3년 총액 3500만 달러(약 400억 원)에 사인하며 핀스트라이프를 입게 됐습니다. 2010시즌 아메리칸리그 구원왕이지만 올 시즌 그의 보직은 마무리 투수가 아닌 리베라 앞에 등판해 승리를 돕는 '셋업맨'입니다.
사실 이 둘의 관계는 그리 편한 사이는 아닙니다. 리베라는 양키스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죠. 소리아노는 지난해 탬파베이에서 45세이브를 메이저리그 최강 마무리 투수입니다. 불명 둘 사이는 라커를 옆에 쓸 편한 사이가 아닌 불편한 사이일 텐데…. 그런데 왜 라커를 나란히 쓰는 것일까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이 라커를 나란히 쓰게 된 것은 리베라가 구단에 공식적으로 요청해 이뤄진 것입니다.
양키스는 소리아노를 데려오면서 집안 내 다른 말로 잡음도 냈습니다. 보통 선수들 계약은 단장이 맡아서 하는데요.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언론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리아노는 내 의지로 데려온 것이 아니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습니다. 자신이 아닌 스타인브레너가의 사장단에서 데려온 것이었습니다.
제가 놀랐던 건 소리아노의 성격과 행동이었습니다. 소리아노는 자신의 라커에 앉아 음악만 듣고 라커 벽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선수들과도, 기자들과도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새로운 팀에 왔다면 본인이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하는데 상식일 텐데요. 이 때문에 소리아노는 양키스 선수단 내에서도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더 놀라게 한 건 리베라였습니다. 리베라는 소리아노가 힘들어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팀에 부탁해 자신의 라커 옆 자리로 오게 만들었습니다. ESPN 매튜 기자는 "캠프 첫날 사실 우리도 많이 놀랐다. 구단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리베라가 구단에 요청해 옆 자리를 쓰게 된 것"이라면서 "리베라가 소리아노의 정신적인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해줬습니다.
이날 제가 라커룸에서 2시간 정도 머물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봤습니다. 그러던 순간 헤드폰을 끼고 자신의 라커만 바라보고 앉아있는 소리아노에게 리베라가 말을 걸었습니다. 이날 소리아노는 양키스 동료 선수들과는 처음으로 대화를 했습니다.
거리가 5m 정도 떨어져 있어서 둘 사이 뭐라고 이야기 하는지 정확히 들을 순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운드 위에서는 좀처럼 웃지 않던 리베라가 소리아노의 말에 큰 소리로 박수를 치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저 뿐 아니라 양키스 담당 기자들도 조금은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둘 사이는 10분여 동안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대부분 소리아노가 말을 하고 리베라는 크게 웃으며 소리아노의 이야기를 들어만 주고 있었습니다.
리베라는 지난 16년 동안 통산 559세이브를 기록 중입니다. 메이저리그 역대 세이브 1위인 트레버 호프만이 601세이브 기록을 남기고 지난 1월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리베라는 이제 43세이브만 더 거두면 메이저리그 110년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기록 갱신에 2년이면 충분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이후 양키스 마무리 투수는 누가 될까요. 현재로서는 소리아노가 리베라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양키스는 올 시즌 소리아노의 보직을 '셋업맨'으로 정했지만 상황에 따라서 소리아노에게도 세이브 기회를 줄 예정입니다. 소리아노도 이날 OSEN과 인터뷰에서 "내 역할은 셋업맨이지만 세이브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리아노는 양키스와 계약 기간이 3년인 만큼 2년 동안 리베라와 함께 하며 마무리 투수로서 세이브를 올리는 부분을 넘어 양키스맨으로서 필요한 것까지도 하나씩 하나씩 배우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리베라 입장에서는 소리아노를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생각하며 껄끄러워할 수도 있을 텐데요. 리베라의 넓은 마음과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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