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지옥의 전훈'을 쌓은 까닭은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03.10 10: 23

마침내 돌아왔다. 그리운 고국 땅을 다시 밟았다. 큰 탈 없이 무사히 귀국한 것이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지난 8일 LG 트윈스가 62일간의 해외전지훈련(사이판, 일본)을 마치고 귀국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일찍 떠나서 가장 늦게 돌아왔다.
지난 스토브리그서 훈련량하면 LG 트윈스가 단연 1위다. 가장 긴 기간에 가장 긴 1일 훈련량으로 자타가 인정한다. 지난 시즌까지 ‘세상에서 제일 훈련량이 많다’는 SK 와이번스를 뛰어넘는 훈련량이었다.

LG가 지난해 정규시즌 종료 7일 뒤인 작년 10월3일부터 27일간 남해와 진주에서 1차 마무리훈련을 소화한데 이어 3일 뒤인 11월1일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 12월20일에 귀국했다. 유망주들이 참가한 미야자키 교육리그(10월3~29일)를 제외한 순수 마무리훈련 기간만 77일이나 됐다.
가장 길게 마무리 훈련을 가진 LG는 스프링캠프도 일찍 문을 열었다. 1월5일 투수와 포수들을 사이판으로 보냈고, 야수들은 1월16일 일본 오키나와로 날아갔다. 사이판과 오키나와를 거친 스프링캠프 기간은 62일로, LG는 지난해 9월26일 정규시즌 종료 후부터 올해 3월8일까지 163일 중 24일을 제외한 139일 동안 야구를 했다.
LG가 이처럼 가장 길게 훈련을 가진 까닭은 무엇일까. ‘의식 변화’가 가장 큰 이유였다. 기량 향상도 향상이지만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정신 개조를 위해 이처럼 엄청난 훈련을 쌓은 것이다.
지난 시즌 막판 박종훈 감독은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선수단에 실망이 컸다. 감독 부임 첫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이 갖고 있는 의식에 실망한 박 감독은 시즌 종료 후 대변화를 갖겠다는 다짐을 했다.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팀성적은 매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잘못된 스타 의식에 빠져 있다”면서 “SK 선수들은 매년 정상권이면서도 엄청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조금 힘들면 말들이 많다. 하위권 팀이 SK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훈련량이 더 많아야 하지 않겠냐”며 스토브리그 대장정을 예고했다.
박 감독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무도 없는 시베리아로 데리고 가서 ‘수용소 생활’을 시키고 싶다. 훈련량 만큼은 SK보다 더 많이 해보겠다”며 선수들의 ‘의식 변화’를 위해 열정을 불태우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그리고 시즌 종료 후 곧바로 실천에 옮긴 것이다. 박 감독 자신도 변화의 물결에 따르기로 했다. 박 감독이 택한 방법은 ‘선수들과의 소통’이었다. 박 감독은 힘든 훈련 중간중간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변화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따끔하게 질책도 가하면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박 감독의 진정성이 통하면서 선수들도 군말 없이 따라나서기 시작했다. 최고참 ‘큰’ 이병규를 비롯해 고참들이 솔선수범하며 훈련을 주도했다.
이런 고된 훈련의 결과, 선수단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시즌 뚜껑을 열어보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패배의식을 벗고 자신감에 찬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첫 시험무대였던 ‘오키나와 리그’에서 상승세를 입증했다. 일본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한국과 일본팀들과 가진 연습경기에서 강세를 보이며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특히 약점이었던 투수진이 안정세를 보인 것이 고무적이었다. 공들여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리즈, 주키치)이 한국무대 연착륙 가능성을 엿보였고 국내 투수들의 기량성장도 눈에 띄었다.  
박종훈 감독은 "전반적으로 투타가 튼실해지면서 투수와 타자들 간에 신뢰가 생겼다.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또 박 감독은 “주위에서는 LG의 지상과제를 ‘4강 포스트시즌 진출’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그 이상”이라며 올 시즌 ‘LG발 태풍’을 일으키겠다는 다짐을 거듭 밝히고 있다. 
어느 때보다 단내 나는 훈련으로 체력과 기량 향상을 꾀한 LG 트윈스가 올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갈 태세이다. LG 선수들은 ‘지옥 훈련도 견뎌냈는데 못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는 마음가짐들이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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