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필라델피아 필리스 좌완 선발 투수 콜 해멀스(28)가 체인지업과 함께 자신의 전매 특허와도 같았던 폭포수 커브를 버리고 커터를 익히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해멀스는 지난 6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 브라이트 하우스 필드 클럽하우스에서 OSEN과 만나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하게 돼 기쁘다"는 말과 함께 "내가 커브를 버리고 컷 패스트볼을 익힌 이유는 커브 제구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에 1라운드에 지명된 해멀스는 2006년 5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두 지릿수 승리를 기록하며 통산 60승 45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 중이다. 특히 2007년 정규 시즌에서는 15승을 거뒀고, 2008년에는 필라델피아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와 월드시리즈 MVP를 독차지했다.

이때만 해도 해멀스는 150km가 넘는 포심 패스트볼,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사라지는 체인지업, 그리고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를 주무기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런 그의 입에서 "커브는 버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2011시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해멀스는 신무기 커터의 완성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해멀스는 지난 4일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여 1피안타 무사사구로 특급 피칭을 선보였다. 특히 1회말 보스턴 2번 우타자 더스틴 페드로이아를 상대로 볼카운트 2-0에서 3구째 몸쪽 깊숙이 파고드는 커터의 위력이 눈부셨다.
해멀스도 커터가 올 시즌 자신의 투구 패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암시했다. 그는 "커터의 구사 비율과 공 끝의 움직임이 좋아 보인다"는 짧은 질문에 해멀스는 "커터는 타자들이 정말 치기 힘든 구종"이라며 3분이 넘게 자세히 대답했다.
그는 "커터는 직구처럼 빠르게 날아오다 갑자기 공이 변한다. 특히 나는 좌완 투수인데 우타자를 상대로 던질 마땅한 공이 없었다. 물론 체인지업이 우타자의 시야 밖에서 사라지는 효과가 있었지만 균형이 맞지 않았다"고 말한 뒤 "그러나 커터는 타자들의 시야 앞에서 변하기 때문에 균형이 맞는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멀스가 커터를 처음 익힌 것은 지난 2009년 말 지금의 팀 동료 클리프 리로부터다. 해멀스는 외야에서 훈련을 하다 리에게 커터 던지는 법을 물었고, 리에게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리가 시애틀로 트레이드 되면서 해멀스는 스승을 잃게 됐다. 그러자 그는 리를 대신해 팀에 합류한 로이 할러데이에게 찾아가 또 다시 커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즉, 해멀스의 커터는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좌완과 우완 투수인 리와 할러데이로 부터 사사 받은 것이다.
해멀스 역시 "올해가 커터를 던지기 시작한 두 번째 시즌이지만 지난해보다 많이 좋아질 것 같다. 클리프 리와 로이 할러데이 모두 커터를 던진다. 이들 모두 커터를 정말 잘 던져 나 역시도 이들을 통해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한 뒤 "특히 리가 다시 컴백해 요즘 계속해서 커터 던지는 법을 묻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뭐든지 처음은 쉽지 않은 법. 해멀스 역시 지난 시즌 초 커터를 구사하다 홈런도 많이 맞았다. 그는 "초기 커터를 던지다 홈런도 많이 맞았다. 그러나 시즌 중에 꾸준히 던졌고, 지난 시즌 막판에는 확실히 좋은 느낌을 얻었다. 그래서 이번 시범경기 동안 던져봤는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며 올 시즌 커터 구사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시즌 성적이 좋아진 것도 커터의 도움이 있었냐"는 질문에 해멀스는 "맞다. 완전히 동의한다. 난 새로운 구종이 생겼다. 지난해 나는 보통 두 가지 구종을 던졌다. 지금은 3개가 됐다. 사실 커브는 명단에서 제외했다. 커브는 나 역시도 제구를 하기 정말 힘들다. 6개를 던지면 1개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던진다. 그러나 5개는 엉망이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커브는 진짜로 제구가 안 된다. 그러나 나머지 3개는 스트라이크를 마음 먹으면 던질 수 있다. 그래서 내야 땅볼도 유도해 병살타를 연결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빌제임스가 분석한 해멀스의 지난해 구종별 구사 비율은 포심 패스트볼이 전체 3368개 가운데 1812개로 54%를, 체인지업이 758개로 23%, 그 다음으로 커터를 489개 던져 15%를 차지했고 커브는 272개로 8%에 그쳤다.
2009년에는 포심 패스트볼이 58%, 체인지업 30%, 커브 10%였다. 특히 우타자 상대로 해멀스는 직구와 체인지업 비율이 무려 89%에 달했다. 그의 말처럼 타자들은 둘 중 하나만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면 안타 가능성이 높았다. 해멀스 역시 커터를 던지는 건 메이저리그에게서 살아 남기 위한 생존 수단이었다.
해멀스는 "커터를 던지기 전 직구와 체인지업만 가지고 던지면 타자들의 예측이 가능해 나로서는 추가 옵션이 필요했다. 특히 클리프 리, 로이 할러데이, 존 레스터, 마리아노 리베라까지 좋은 투수들은 모두 커터를 던진다. 그래서 나도 놀랐다. 나도 커터를 던지면 이들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배웠는데 올 시즌 더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 시즌 우리 팀은 월드 시리즈 우승에 엄청난 기회를 얻었다. 특히 마운드에서 클리프 리가 합류해 선발진은 더욱 더 두터워졌다. 우리에게는 '빅가이' 라이언 하워드와 체이스 어틀리, 지미 롤린스, 셰인 빅토리노 등이 있어 공격력도 좋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투수진의 활약이 절대적"이라며 "우리는 로이 할러데이, 클리프 리, 로이 오스왈트, 그리고 나도 있다. 우리는 큰 경기를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어 월드 시리즈 우승에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챔피언 탈환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로이 할러데이, 클리프 리, 로이 오스왈트에 콜 해멀스까지 4명의 특급 선발진을 가리켜 요즘 자주 듣는 '판타스틱4'라는 표현에 대해 해멀스는 "재미있다. 우리는 정말 능력이 있고, 지금까지 각자가 잘해 왔던 것처럼 올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경기장에 가면 우리 4명의 티셔츠와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많다. 4명이 함께 모인 사진들도 팬들이 사간다"면서 "선수 입장에서는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더불어 우리는 경기장에 나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올 시즌 맹활약을 다짐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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