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식, 거물 신인이 짊어져야 할 부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3.12 07: 52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한화 좌완투수 유창식(19)은 슈퍼신인이다. 일거수 일투족이 기삿거리가 된다. 타고난 운명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돼 역대 두 번째 고액에 해당하는 계약금 7억원을 받았다. 소속팀 한화는 2년 연속 최하위를 한 팀이다. 슈퍼신인에게 거는 기대가 다른 팀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에이스' 류현진과의 만남이 화제였고, 어깨 염증도 큰 뉴스거리였다.
그런 유창식에게 지난 11일 LG와의 연습경기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시범경기 개막을 하루 앞두고 전초전 격으로 열린 이날 경기에서 유창식은 선발 송창식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3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구단 관계자는 유창식이 마운드에 오르자 재빨리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홈구장 대전구장에서 처음 오르는 마운드. 그만큼 유창식이라는 존재는 남다르다.

그러나 유창식은 부진했다. 3회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 내주며 위기를 맞았으나 실점없이 잘 넘어간 유창식은 4회 첫타자 이대형에게 볼넷을 내준 후 연속 3안타로 4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총 투구수는 43개였으며 직구 스피드는 최고 141km가 나왔다.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무너지자 곧바로 강판됐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행여라도 유창식이 자신감을 잃을까 한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경기 전 유창식은 "뭐, 특별한 것이 있겠어요"라며 이날 경기 등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경기 후에도 "무슨 할 말이 있겠나"고 말했다. 부진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변명은 필요없었다. 그래도 자신감은 잃지 않은 듯했다. 경기 후 집으로 향하는 그에게 한 관계자가 "이제 고작 한 경기했을 뿐이다. 신경쓰지 말고 힘내라"고 말하자 그는 힘차게 "예"라고 대답하며 웃어보였다. 어린 선수지만 담담했고 패기를 잃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은 유창식의 피칭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린 선수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큰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 한 감독의 늘 강조하는 말이다. 한 감독은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라며 주위의 높아질대로 높아진 기대치를 경계했다. 그래서 당장 선발보다 불펜으로 시작하게 해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려고 한다. 현역 시절 슈퍼스타였던 한 감독도 막중한 기대의 부담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유창식은 좋든 싫든 거물이다. 그것이 그의 숙명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어린 나이에 부담이 크지만 유창식은 담담하다. 그의 롤모델이라는 류현진도 출발부터 좋았던 게 아니다. 지난 2006년 3월18일 한화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첫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은 SK를 상대로 피홈런 하나 포함 2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했다. 벌써부터 유창식에 대해 우려할 필요도 없고 너무 크게 기대할 필요도 없다. 유창식은 유창식이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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