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주자 있을 때 조금 흔들리더라. 그래도 좋은 놈 데려왔네. 허허".
상대 감독의 평가는 대체로 후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뼈 있는 이야기가 함께했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본 203cm 장신 우완 더스틴 니퍼트(30. 두산 베어스)는 강점은 물론 약점까지 비췄다.

니퍼트는 지난 12일 대구구장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서 4이닝 동안 70개의 공을 던지며 4이닝 1피안타 1실점을 기록한 뒤 3-1로 앞선 5회말 이용찬에게 바통을 넘겼다. 홈팀 삼성에서 계측한 직구 최고 구속은 150km이었으며 두산 전력분석팀에서는 149km로 계측되었다.
경기 후 류 감독은 니퍼트에 대해 좋은 투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류 감독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고 직구 볼끝도 좋았다. 낙차각이 큰 커브로 유리한 볼 카운트를 이끌고 슬라이더와 써클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유인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파워피처지만 기교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그러나 류 감독은 "주자가 나갔을 때는 조금 흔들리더라"라며 완전체는 아님을 이야기했다. 이는 니퍼트의 투구폼과도 관련된 이야기다.
국내 입국 후 "그렇게 느린 퀵 모션은 아니더라"라는 평을 받고 있는 니퍼트지만 주자가 나갔을 때는 견제구를 자주 던지며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는 것이 후문. 또한 니퍼트는 셋포지션 시 공을 놓기 직전 왼 다리로 축을 만들기 전 반동을 주는 폼을 갖고 있다.
왼 무릎을 들었다가 내려가는 시점에서 니퍼트는 발을 공중에서 한 번 구르고 땅을 밟는다. 이는 셋포지션서 탄력을 줘 최대한 공에 힘을 싣기 위한 니퍼트 특유의 투구폼. 그러나 메이저리그 시절 투구 밸런스가 미묘하게 무너질 시에는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텍사스서 선발-계투를 오갔던 니퍼트에 대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기복이 큰 편이다. 특히 주자 출루 시에는 스트라이크와 볼 차이가 크다"라는 한 내셔널리그 구단 스카우트의 이야기도 있었다. 이제는 계투가 아닌 선발로 로테이션을 지켜야 하는 만큼 제대로 된 투구 밸런스 유지가 니퍼트의 2011시즌 숙제와도 같다.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래 두산이 가장 대단한 열의를 보인 끝에 영입한 투수다. 그만큼 역대 최고의 위력을 떨쳐야 한다는 의무도 지니고 있다. 대체적인 호평 속에 단점도 비춘 니퍼트가 다음 경기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farinelli@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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