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필주의 야구 36.5]양승호 감독의 5년전 과거가 롯데에 미치는 영향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3.13 08: 53

이제 몇 경기 했을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변화한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주위 안팎의 평가도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양승호(51) 신임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 이야기입니다.
양 감독의 롯데는 12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데뷔전을 가졌습니다. 생중계된 TV를 통해 2011시즌 롯데가 캠프를 통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것을 전국의 야구팬들에게 선을 보인 것입니다.
팬 수준이 높아진 만큼 지난 시즌 챔피언 SK 와이번스를 11-5로 간단하게 꺾었다는 경기결과만으로 변화를 논하기는 힘들겠죠. 롯데는 2009년(11승 1패)과 2010년(10승 2패) 시범경기에서도 1위로 승승장구했으니까 말입니다. 게다가 롯데는 이날 사실상 시즌 개막전 베스트 멤버로 나섰습니다. 김주찬, 손아섭, 조성환,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 전준우, 이승화, 황재균.

이렇게 보면 당장 '지난 시즌 로이스터 감독과 비교해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확 띄는 것보다는 사소한 것에서 느껴지는 조짐이 있었습니다.
타자들 대부분이 밀거나 가운데로 타구를 날려 안타를 만들어냈습니다. 김주찬, 황재균 등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나 하면 전준우가 맨손 캐치에 이은 송구로 수비에서 과감하게 움직였습니다. 타석에서 주전은 물론 백업들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가뜩이나 강한 타선이 더욱 폭발적인 응집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특히 이인구, 정보명, 문규현, 박종윤, 변용선, 장성우, 박준서, 김문호, 박진환으로 베스트 멤버가 모두 교체됐지만 오히려 더 까다로워 보일 정도입니다. 지난 10일과 11일 SK와의 연습경기 연장선상에서 보면 백업들에게도 주전 못지 않은 찬스가 주어지고 있습니다.시범경기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주전들의 컨디션을 조절해주는 차원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장 양 감독은 경기 후 "정보명, 이승화가 안타를 친 것이 더 좋다. 이들이 올라와줘야 한다"며 백업들의 활약에 더 주목했습니다. 
한 롯데 관계자는 "주전과 백업, 2군 선수에 대한 분명한 선을 그어 놓았던 로이스터 감독 시절과는 분위기가 분명 달라졌다. 당장 눈에 띄게 백업들과 2군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면서 "양 감독님은 취임 후 공개적으로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겠다'고 공표했다. 이후 주전들도 경쟁이라는 분위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주전들은 위기, 백업들은 기회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충분하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신임 감독들은 거의 대부분 이런 말을 합니다. '경쟁'과 '기회'를 내세워 선수들을 다잡아가려 합니다. 하지만 시즌에 돌입하면 이런 단어는 폐기처분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승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름 있는 선수로 위험을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팬들의 폭발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스타라면 감독으로서도 쉽게 내칠 수 없습니다.
 
결국 선수들 입장에서는 양 감독의 말에 반신반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 선수들은 양 감독의 말을 신임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양 감독을 어떻게 믿게 된 것일까요. 이에 한 롯데 관계자는 "5년전인 2006년 양 감독이 LG 감독대행 시절 이야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라고 풀이했습니다.
당시 양 감독은 탈꼴찌가 급한 상황에서도 마해영, 조인성, 권용관 등 주전 선수들을 2군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또 이대형이 번트를 대고 열심히 뛰지 않는 등 성의 없는 플레이를 하자 몇차례 경고 후 바로 2군행을 지시했습니다.
'읍참마속', '일벌백계'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양 감독입니다.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엄정하게 법을 지켜 기강을 바로 잡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본보기로 한 사람에게 엄한 벌을 내릴 수 있는 인물로 통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선수들도 알고 있는 이야기겠지요.
양 감독은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롯데 같은 인기 구단의 주전 선수를 2군으로 내리는 것에 부담은 없는지를 묻자 "어떤 선수라도 2군으로 갈 수 있다. 설사 팬층이 두터운 선수라도 그렇다. 선수 때문에 감독이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어 "다른 선수가 더 잘하고 그 선수가 못하면 당연히 2군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름값으로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2군은 납득할 만한 일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선수 한 명 때문에 감독이 짤리면 안되지 않느냐"며 뼈있는 농담을 섞기도 했습니다.
롯데는 올 시즌 가시적인 전력 보강으로도 자연스런 경쟁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투수의 경우 고원준, 코리, 최향남의 보강됐습니다. 전력 외로 치부됐던 손민한의 부활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평소 선수들이나 구단 프런트, 심지어 관중들에게까지 먼저 말을 걸고 인사를 하는 등 '유순'해 보이는 사령탑이 양 감독입니다. 하지만 선수, 코치, 프런트, 감독대행, 아마추어 감독 등 온갖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강단이 확실합니다.  
 
5년전 양 감독이 직접 실행에 옮긴 과거가 2011시즌을 맞이하는 롯데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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