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전구장.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 이틀째를 맞아 포근한 날씨까지 더해져 5000여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기대대로 LG 선발로 나온 '광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최고 160km를 뿌리며 눈길을 끌었다. 조인성의 스리런 홈런을 시작으로 양영동과 서동욱의 투런포까지 터져나왔다. 8회초까지 스코어는 11-0 LG의 압도적인 리드. 누가 보더라도 LG의 낙승이 예상된 순간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8회 선두타자로 나온 이양기가 타석에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몰랐다. 그런데 이양기가 LG의 바뀐 투수 이범준으로부터 좌측 2루타를 터뜨린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고동진의 볼넷과 이희근의 중전 안타로 만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이대수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얻었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바뀐 투수 이동현이 강경학과 오재필에게 연속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3실점으로 불어났다. 볼넷과 사구, 좋지 않은 징조였다.

이후부터 한화 타선이 불을 뿜었다. 백승룡이 우전 적시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5득점째. 이어 신인 김용호가 좌중간을 꿰뚫는 적시 2루타를 날렸다. 6득점에 계속해서 무사 2·3루. 이상훈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한템포 끊겼지만, 한화의 방망이는 식을줄 몰랐다. 선두타자였던 이양기가 다시 나와 2타점 중전 안타를 작렬시켰다. 득점은 무려 8점째. 그러나 1사 1루로 득점권 찬스가 끊겼다. LG도 투수를 이동현에서 신인 임찬규로 바꾸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고동진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다시 1·2루 득점권 찬스가 만들어졌다. 이희근의 좌전 안타까지 터지며 다시 한 번 더 만루 찬스가 이뤄졌다. LG 덕아웃에서 박종훈 감독이 부랴부랴 마운드에 올라가 배터리를 불러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수가 좌중간을 그대로 가르는 2루타를 작렬시켰다. 2·3루 주자가 무난히 홈을 밟았지만 1루 주자 이희근이 홈에서 아웃되며 흐름이 끊겼다. 이후 강경학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한화의 폭풍 같은 8회가 마무리됐다.
한화는 8회에만 14명의 타자가 나와 안타 7개에 볼넷 3개와 사구 2개를 묶어 10명이나 출루했다. 그리고 그 10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11-0이던 스코어는 11-10으로 좁혀졌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추격전을 전개한 한화 선수들에게 홈팬들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폭풍 같은 8회 10득점에 대한 갈채. 올해 한화 타선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날처럼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득점권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2011년 한화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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