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스피드에 제구되고 변화구 좋으면 왜 여기에 있겠는가".
지난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LG의 시범경기 둘째날. 화제는 단연 '광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27)였다. 그가 마운드에 올라 연습 피칭만 했는데도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기대대로 리즈는 1회말 한화 1번타자 강동우를 상대로 2구째에 무려 160km 광속구를 뿌렸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 구속이었다. 리즈는 이날 총 66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 중 24개가 150km대 강속구였다.
리즈는 광속구만큼이나 인상적인 투구 내용으로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다. 5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전을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총 투구수 66개 중 스트라이크가 38개였고 볼이 28개였다. 직구 평균 구속은 1회 155.7km, 2회 153.km, 3회 149.3km, 4회 149.8km, 5회 145.3km. 과연 빨랐지만 이닝을 거듭할수록 감속됐다. 그렇다면 이날 타석에서 리즈의 광속구를 직접 체험한 한화 타자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그에게 안타를 뽑아낸 한상훈과 전현태에게 물어봤다. 한상훈은 3회 1사 2루에서 리즈의 몸쪽 148km 직구를 받아쳐 2루수 키를 살짝 넘어가는 우중간 안타를 터뜨렸다. 맞는 순간 방망이가 두 동강났다. 한상훈은 "9번타자한테 첫 안타를 맞았네"라며 웃더니 "볼이 정말 빠르기는 빠르더라. 그런데 리즈도 사람인데 못 칠 공은 아니었다. 방망이가 부러진 것은 타격감이 좋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볼 빠르기가 이유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첫 타석에서 리즈의 157km 높은 공에 헛스윙하며 삼진을 당했던 전현태는 4회 1사 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두 번째 타석에서 152km짜리 강속구를 통타해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전현태는 "볼 스피드가 빨랐지만 볼끝의 묵직함은 없어 보였다. 변화구 제구도 완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리즈는 미국에서 최고 구속 162km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볼 스피드에 비해서 종속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변화구도 이날 슬라이더 12개, 커브 8개, 체인지업 4개를 던졌는데 제구가 완전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직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지난달 첫 연습경기 1회 첫 타석에서 리즈의 초구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총알같은 선두타자 홈런을 작렬했던 강동우의 증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리즈는 홈런 맞은 것을 의식해서인지 강동우에게 유독 빠른 공을 많이 던졌다. 강동우에게만 역대 최고 160km 포함 150km대 공을 무려 8개나 던졌다. 첫 타석에서 강동우를 삼진 잡았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강동우는 리즈에 대해 "확실히 공이 빠르기는 빨랐다. 좋은 투수인 것은 분명한데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볼 스피드가 3회 이후 많이 떨어졌다. 첫 번째 타석이랑 두 번째 타석에서 볼에 차이가 있었다"며 "볼끝에 묵직한 맛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과거 '와일드씽' 엄정욱(SK)의 공을 떠올린 강동우는 "엄정욱은 볼에 묵직한 맛이 있었다. 방망이에 맞으면 무거워서 타구가 잘 날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리즈는 볼 스피드에 비하면 묵직함이 덜했다"고 말했다. 2구째 160km짜리 공이 들어온 것에 대해서도 강동우는 "숫자상 160km가 나왔다는데 솔직히 그 정도로 빠른 공이라고는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이봉우 전력분석원도 "일본에서도 봤지만 공이 빠르기는 참 빠르다. 위력적인 투수"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닝을 거듭할수록 스피드가 떨어졌고, 변화구 구종도 단조로웠다"고 지적했다. 강동우는 "우리 선수들끼리 농담으로 '그 정도 볼이 코너워크 되고 변화구를 마음먹은 대로 던지면 메이저리그에 갔지 왜 여기에 있겠냐'고 말했다. 볼이 빠르다고 해서 타자들이 주눅들지만 않으면 된다. 그 공이 눈에 익혀지기만 하면 상대하기 수월해질 것이다. 그 빠른 공을 5~7회까지 던질 수는 없다. 나머지 팀들까지 한 바퀴 돌고 난 뒤 분석하고 적응하면 공략할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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