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근성이 뿌리내렸다. 졌지만 웃을 수 있는 경기였다.
한화는 지난 주말 LG와의 시범경기 개막 연전에서 모두 패했다. 올 시즌에도 하위권으로 평가받는 한화로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 비록 첫 경기에서 4-6으로 재역전패했지만, 실점 후 곧바로 경기를 뒤집는 힘을 보여줬다. 둘째날에는 0-11로 끌려다니던 경기를 10-11로 만들었다. 8회에만 무려 10득점을 대폭발시키며 LG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1이닝-10득점. 시범경기이지만 올해 한화 타선에서 이런 폭발력이 나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한화는 8회말에만 안타 7개, 볼넷 3개, 사구 2개를 묶어 10득점하는 가공할 만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낙승을 예상했던 LG는 박종훈 감독까지 직접 마운드에 올라 배터리를 불러모을 정도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종훈 감독은 "감독으로서 화나는 경기였다"며 노기를 감추지 않았다.

반면 한대화 감독은 내심 만족스런 모습이었다. 한 감독은 "끝까지 물고 안 놓아주다 결국에는 죽어버렸다"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다. 11점차에도 경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점이라도 더 내려고 집중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7회까지 단 2안타로 철저하게 눌렸지만 8회 단 한 번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이어가며 10득점했다. 한화가 한 점 한 점 야금야금 쫓아갈 때마다 대전구장을 찾은 팬들의 환호와 박수도 커졌다.
그러나 선수들은 내심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경기를 충분히 뒤집을 수 있었는데 뒤집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한상훈은 "이것이 바로 우리팀의 저력"이라면서도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이기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추격의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백승룡도 "따라간 것은 좋았지만 결국 패하지 않았나. 경기는 결국 이겨야 의미가 있는데 뒤집지 못해 아쉽다"고 거들었다. 좋은 경기를 했지만 선수들은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결국에는 승리하는 것만이 모든 의미를 갖는다는 독기가 엿보이는 대목. 승리에 굶주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경기였다. 주장 신경현은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선수들이 보여준 자세에 대해 만족해 했다. 최고참 강동우도 "1점이라도 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선수들이 볼을 잘 골라내고 몸에 맞아가면서까지 집중한 게 좋게 나타났다. 1이닝 10득점이 흔치 않은 일인데 우리 선수들이 참 좋은 경험을 했다"며 "내심 이런 경기에서 뒤집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한 번 뒤집었다면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 힘이 됐을 것이다.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패했지만 웃을 수 있는 경기. 그것이 바로 후회없는 야구다. 한대화 감독이 정초부터 선수들에게 강조한 '악바리 정신'이 한화의 야구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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