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지난 주말부터 시작됐다. 지난 몇 년간 하위권에 허덕이며 동병상련을 겪은 한화와 LG가 시범경기 벽두부터 만났다. 결과는 LG의 2연승. 지난 12~13일 한화와 LG의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서 나타난 특징을 숫자로 살펴본다.
▲ 리즈의 160km
화제는 단연 LG '광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였다. 지난 13일 첫 선발등판하며 국내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리즈는 1회 첫 타자 강동우를 상대로 던진 2구가 160km로 나왔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구속 160km가 기록된 순간이었다. 종전 최고 구속은 158km. SK 엄정욱이 2003년 4월27일 문학 한화전, 2004년 6월29일 문학 KIA전에서 두 차례나 기록했으며 롯데 최대성도 2007년 5월10일 문학 SK전에서 158km를 던졌다. 스피드건이 후하기로 유명한 문학구장이 아닌 곳에서 최고 160km가 나왔다는 점이 돋보였다. 이날 대전구장 전광판에는 159km가 찍혔지만 백네트 뒤쪽에 위치한 LG와 한화 그리고 두산 스카우트팀 스피드건에는 '160'이라는 숫자가 동시에 표시됐다.

▲ 한화의 1이닝 10득점
폭풍 같았다. 13일 경기는 리즈의 강속구를 빼면 볼 게 없는 경기처럼 보였다. 8회초까지 경기는 LG의 11-0, 압도적인 리드. 그런데 그때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한화는 8회말에만 무려 14명의 타자가 나와 7안타 3볼넷 2사구로 무려 10득점을 폭발했다. 전광판 스코어에는 '1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역대 프로야구 한 이닝 최다득점 기록은 13점. LG가 1992년 4월23일 잠실 OB전에서 1회 13득점한 것을 비롯해 현대가 1999년 7월24일 군산 쌍방울전 7회, LG가 2001년 8월11일 잠실 KIA전 8회, 삼성이 2003년 5월15일 대구 LG전 더블헤더 2차전 3회에 각각 13점씩 몰아친 바 있다.
▲ 한화, 팀 도루 4개
올해 한화는 장타력이 많이 부족해 걱정이다. 4번타자 최진행도 허리가 좋지 않아 개막전복귀를 목표로 몸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한화가 꺼내든 카드 중 하나가 바로 기동력. 적극적으로 뛰고 달리는 야구를 통해서라도 부족한 장타를 보완하겠다는 복안이다.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그 가능성을 보였다. 강동우 이대수 정원석 이양기가 도루를 하나씩 기록하는 등 1경기 4도루를 했다. 이튿날 경기에서는 도루가 없었지만 경기 초반 출루가 많지 않았고 마땅히 도루를 할 만한 상황이 없었다. 전현태 백승룡 등 발 빠른 선수들은 그린라이트를 부여받았다. 코칭스태프에서는 "죽어도 좋다"고 장려한다.

▲ LG의 평균 8.5득점
LG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첫 경기에서 10안타로 6득점한 LG는 이튿날에도 장단 14안타를 터뜨리며 11득점을 올렸다. 2경기에서 평균 8.5득점. 76타수 24안타로 팀 타율은 3할1푼6리였다. 여기에 2경기에서 홈런이 4방이나 터졌다. 가장 규모가 작은 대전구장이었지만 박용택 조인성 양영동 서동욱이 한 방씩 터뜨렸다. 시범경기 개막 전날 치러진 연습경기에서도 LG는 장단 15안타로 10득점했는데 이병규가 홈런포를 날렸다. 실질적으로 3경기 연속 홈런 아치가 그려지며 방망이가 활화산처럼 터졌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LG 타자들이 방망이를 잘 치기는 잘 치더라. 연습경기 때 송창식의 볼이 나쁘지 않았는데 잘만 치더라"고 평가했다.
▲ LG, 18이닝-15사사구
그러나 LG의 문제는 역시 마운드였다. 13일 경기에서도 11-0으로 크게 앞서다 마운드가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며 11-10까지 쫓기는 단초를 제공했다. 불행의 씨앗은 멀리 있지 않았다. 볼넷과 몸에 맞는 볼 바로 사사구였다. 2경기에서 LG 투수들이 18이닝을 던지는 동안 기록한 사사구가 무려 15개. 거의 한 이닝에 한 개꼴로 나온 셈이다. 첫째날 7개에 이어 둘째날 8개로 사사구 홍수가 이뤄졌다. 어떻게 된 것이 피안타(13개)보다 사사구가 더 많았던 것이다. 13일 1이닝 10실점도 밀어내기 볼넷과 사구로 3점을 먼저 준 것이 발단이었다. 아직 마운드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사구 줄이기는 LG의 가을야구를 위한 최대의 선결과제라는 사실이 새삼 재확인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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