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페넌트레이스 시작을 맞지 않았으나 변화상이 뚜렷하다. 그동안 좌완 파이어볼러의 인상이 짙었으나 제구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복귀파 이혜천(32. 두산 베어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혜천은 지난 13일 대구구장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 2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동안 68개의 공을 던지며 사사구 없이 3피안타 무실점에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최고 구속은 143km.

이날 이혜천은 포심 패스트볼을 33% 정도 던지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그리고 싱커를 배분해 던졌다. 특히 그의 싱커는 체인지업과 같은 궤적으로 더 빠르게 떨어지며 135km의 평균 구속을 나타냈다.
싱커는 이전부터 이혜천이 직구와 가끔씩 섞어던지던 구종이다. 그러나 일본 진출 이전에는 140km을 상회할 정도로 빠르기가 좋았던 반면 원하는 지점에 제구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게 하기도 했다. 선수 본인 또한 당시 "마음먹고 던진 공이었는데 가끔 몰려서 맞는 경우도 많았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그러나 이제는 이전에 비하면 확실히 나아진 제구력을 선보이며 무사사구 경기를 펼쳤다. 김경문 감독은 돌아 온 이혜천의 제구에 관련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오락가락하기는 하지.(웃음) 확실히 제구력이 나아진 것 같다. 일본 진출 전에는 투구폼으로 타자를 현혹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지금은 키킹을 약간 작게하면서 제구를 하더라. 확실히 폼이 간결해졌다".
선수 본인 또한 이번 비시즌을 제구 안정화, 특히 변화구 제구 쪽으로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지난 2월 일본 전지훈련 롯데와의 연습경기서 3이닝 무실점투를 선보였던 이혜천은 그 당시에 대해 "10점도 못 줄 투구였다"라며 자신의 투구를 혹평했다. 40개 남짓의 공 중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간 것은 10개도 안 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러나 지난 7일 잠실 상무전서부터 원하던 모습이 조금씩 나온다는 것이 선수 본인의 이야기였다. 데뷔 초기 잠실구장 전광판에 153km가 찍히는 모습을 보기 위해 공을 던지고 곧바로 뒤를 돌아보던 20대의 이혜천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사실 선발 이혜천은 국내 무대서 그리 나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본격적인 풀타임 선발 투수로 변신을 꾀했던 2005년 이혜천은 7승 4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8승 6패를 올리며 2.79의 평균자책점으로 전체 4위에 오르기도 했다. 2008시즌 이혜천이 선발로만 기록한 성적은 7승 4패 평균자책점 4.29. 외국인 좌완 게리 레스를 제외하면 최근 10년 간 두산 좌완 선발로 이만한 성적을 올린 투수는 없었다.
"타자 몸쪽에 꽉 차는 공이 날아가면 솔직히 나도 놀란다. 이러다가 심판들이 내 몸쪽 공에 철두철미한 잣대를 들이대면 어쩌나 싶다"라며 웃은 이혜천. 변화구 제구에 더더욱 중점을 둔 이혜천의 2011시즌 성적표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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