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광고를 보면 '숨은 0.1cm를 찾아라'라는 문구를 볼 수 있는데요. 야구팬들은 숨은 1km를 찾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27)가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역대 한국프로야구 최고 구속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리즈는 이날 선발로 등판해 1회초 첫 타자 강동우를 상대로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직구를 던졌습니다. 순간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고, 그가 던진 직구 스피드는 전광판에 '159km'가 선명히 찍혔습니다.
일단 리즈는 지난 2003년 엄정욱(30, SK 와이번스)과 2007년 최대성(26, 롯데 자이언츠)이 기록한 역대 최고구속 158km를 넘어선 것은 확실합니다.

현재 한국야구에서는 투구 스피드의 경우 KBO가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것이 아니라 홈팀 경기장 전광판 스피드와 현장에 있는 구단 전력 분석팀의 스피드건을 토대로 공식 구속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날 리즈는 1회 전광판에 159km를 찍어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화 홍보팀이 경기 도중 "리즈가 강동우를 상대로 던진 공이 한화 전력 분석팀 스피드건에는 160km가 찍혔다"면서 "공식 기록을 160km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기자실에는 리즈의 최고 구속을 159km에서 160km로 수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화 홍보팀은 "한화, LG, 두산 전력 분석원 스피드건에 160km가 찍혔다"고 설명했습니다. 3개 구단 전력분석팀이 160km라고 하니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추가 취재 결과 사실과 오류가 동시에 확인됐습니다. OSEN은 경기 막판 현장에 있던 3개 구단 전력 분석팀을 직접 찾아가 물었습니다.
일단 한화 홍보팀에서 밝힌 한화 전력 분석팀 스피드건에는 160km가 찍혔다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한화 전력분석팀은 한국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주로 이용하는 '스토커 프로2' 스피드건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스토커 프로2는 스피드건 중에서 최신형입니다.

그런데 곁에 있던 LG 전력 분석팀에 문의한 결과 "우리 스피드건에는 159km가 찍혔다"면서 "160km는 안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LG는 '스토커 프로'로 리즈의 구속을 체크했습니다. 최신 기종은 아니지만 스카우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이어 그 옆에 있던 두산 전력분석팀에게 리즈의 스피드를 문의했지만 "우리는 스피드건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확인한 결과 두산은 비디오 카메라만 있었고, 스피드건은 없었습니다.
한화 전력분석팀에서는 분명 160km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LG에서는 분명히 159km였고, 두산은 기록이 없습니다. 이로 인해서 160km로 확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전광판에 찍힌 159km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한화 구단은 1층 방송실에 '스토커 프로2' 스피드건을 추가로 설치해 전광판과 연결을 시켜놓았습니다. 즉 이날 경기장에는 총 3대의 스피드건이 있었고, 2대는 159km를, 한 대는 160km를 찍었습니다.
리즈가 던진 최고 구속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다수결로 하면 159km에 가까운데요. 투구 스피드를 측정하는 데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159km라고 결론을 내리기가 힘듭니다.
스피드 측정에는 기계 성능, 위치, 그리고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먼저 스피드건 성능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피드건을 제조하는 회사로는 미즈노, 부시넬, 등이 있지만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제품은 스토커사입니다. 리즈의 스피드를 측정한 제품 모두 스토커사이기에 3개 모두 합격점을 줘도 무방할 듯 합니다.
둘째는 스피드건의 위치입니다. 어느 위치에 놓느냐도 미세한 스피드 차이가 생깁니다. 투수 투구 스피드 측정에 가장 이상적인 총구 위치는 투수의 손 끝에서 공을 떨어지는 지점입니다. 리즈는 우완투수기 때문에 포수를 기준으로 우타자 방향이 조금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화 전력분석팀은 포수 기준 좌타자쪽에 약간 치우쳐져 있었고, LG는 우타자 쪽에 위치했고, 한화 전광판용 스피드건은 1층 한 가운데에 위치했습니다. LG 전력분석팀 김준기 과장은 "아마도 가장 정확한 위치는 전광판용 스피드건이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위치 상으로 LG 전력분석팀 위치가 더 정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이밍입니다. 스피드건의 측정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매 투구 시 직접 총을 쏘는 수동이 있고, 전원만 켜 놓으면 자동적으로 스피드를 표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두 방법 모두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날 스피드건 3개는 모두 자동으로 작동되었습니다.
즉 이를 종합해 보면 기계 성능은 159km와 160km가 찍힌 한화 전력 분석팀과 전광판 스피드건이 최신형이기에 신뢰가 갑니다. 그러나 위치상으로 놓고 보면 159km가 찍힌 LG 스피드건이 더 믿음이 갑니다.
리즈가 던진 공이 159km와 160km 어떤 것이 됐건 신기록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추가 취재 결과 1km 정확한 수치를 결정하는 데 논란이 예상됩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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