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열고 물건 팔러 다닐 거예요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3.14 16: 45

-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소셜디자이너’
소기업이 잘 만들어도 팔 곳 없어 한숨만
인식 바꾸면 곳곳에 일자리, 희망 있어요

검찰에 남았다면? 촉망받는 스폰서 검사 ^^
[이브닝신문/OSEN=장인섭 기자]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했던 시절, 아름다운 가게를 시작으로 우리사회의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그는 요즘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이라는 화두를 들고 전국을 돌며 숨가쁘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검사, 인권변호사,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의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의 연속이었다. 기자가 찾아간 종로구 평창동 희망제작소의 2평 남짓한 그의 집무실은 온갖 서적과 서류들로 발디딜 틈조차 찾기 어려웠다. 계속 이어지는 미팅으로 약속시간이 30분이나 지난뒤 겨우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새로운 직함을 소개하셨는데…
‘소셜 디자이너’라는 직함이다. 희망제작소는 21세기 실학운동이라고 부를 만큼 실용적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이를 구체화하는 아이디어 뱅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소셜 디자이너란 직업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셜 디자이너로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앞날이 보장된 법조인의 길을 계속 걸었다면?
아마도 지금쯤 ‘촉망받는 스폰서 검사’가 돼 있지 않았을까? 후회는 없다.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지만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재대로 사용할 수도 없는 서글픈 현실 아닌가? 정치권력에 밀려 욕먹고 창피하고 굴욕적일 수도 있고…. 조직에 남아있었다면 커다란 기계 속 조그만 부품처럼 소모적인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남이 쥐어 준 권력 안에 안주하기보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걸으며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현재의 모습이 더 가치있는 삶이었다고 확신한다.
  
-‘1천개의 직업’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청년들의 열정과 어른들의 지혜, 네트워크가 한 데 어우러지면 참 좋은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았다. 특히 조금만 인식을 전환하면 우리사회 곳곳에 보이는 게 일자리고 직업이다. 조직화된 기존사회체계의 부품이나 노예 같은 삶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보라는 의미로 여러가지 창조적인 직업들을 제안하고 있다.
예컨대 녹색산업 또는 녹색운동,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 등에서도 일자리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애견 제빵사, 텃밭 농원 디자이너, 채소 소믈리에, 밥 소믈리에 등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면 전문가가 될 수 있고 그것이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다.
-영업사원을 자청했다는 소문이 있다. 진상은 무엇인가?
희망제작소는 지난 5년간 소기업발전소를 운영해 왔다. 2006년부터 3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소기업인들의 열정과 절망, 시행착오의 어려운 현실을 목격했다. 이때부터 전국에 흩어져 있는 소기업의 자본금 문제, 디자인 업그레이드, 경영컨설팅 등을 돕는 일을 해왔는데 무엇보다 제품 판매가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소기업의 제품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희망수레’를 발족했다. 잘 만든 상품이라도 판로가 없어 사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쇼핑몰도 만들고 진짜 희망수레를 만들어 상품을 싣고 다니며 직접 판매도 할 예정이다. 희망제작소가 직접 나서면 소기업인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겠나?
 
-공익을 위한 일을 해왔다 보람이라면?
큰 욕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외국을 다니면서 우리사회에 이런 사업이 꼭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한 일들인데 결과적으로 보면 참 잘 선택했고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부족한 것도 많지만 방향자체는 옳았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해온 일들이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한국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보람을 느낀다.
 
-사회운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공동의 이슈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공공의 이슈를 다루지만 관료적인 한계 때문에 못하는 것이 많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시민단체인데 외국의 경우는 그 규모가 엄청나다. 미국은 전체 GDP의 7%를 비영리단체(Non-Profit Organization), NGO, 시민단체 등이 차지한다. 우리사회도 과거보다는 좋아지고 있지만 시민들의 관심이나 참여가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뒤져있는 실정이다.
  
-정계진출에 대한 소신은?
좋은 일은 함께하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국가나 민족의 미래를 위해 문제가 많은 현 정부와 집권여당은 바뀌는 것이 선이다. 그래서 요즘엔 공개적으로 다음 정부는 좋은 정부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지할 생각이다. 다만 앞장서서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나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나? 사회적 기업, 소셜 디자인 내 분야에서 장기집권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시민운동가들이 몽땅 정치한다고 나서면 시민사회는 누가 지키겠나? 정치하실 분들은 정계로 나가고, 시민운동 하실 분들은 남아서 서로 분담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희망의 메시지 한마디
참여연대를 시작으로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등 사회적 기업이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시민들의 힘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시민들의 소망과 희망이 만들어낸 기적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우리사회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나 경제가 모두 불안한 시국이다. 희망이란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누군가의 꿈을 좇지 말고 자기만의 꿈을 찾아 도전해야 한다. 희망제작소가 만들어가는 희망이란 결국 자기 자신의 모습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ischang@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희망은 자기 자신입니다.” 시민사회운동의 대표 아이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그가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프로젝트로 우리사회에 또 하나의 신선한 이슈를 던졌다. 그는 “바라보는 곳마다 일자리고 직업”이라고 말한다.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오늘을 만들었다는 그는 “아직 우리사회에 희망은 살아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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