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구에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놀랐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았다.
LG '광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단연 화제다. 지난 13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와 최고 구속 160km를 기록하며 말로만 듣던 광속구를 선보였다. 그가 공 하나 하나를 던질 때마다 팬들의 시선은 곧장 전광판으로 향했다. 그동안 자주 볼 수 없었던 숫자들이 찍히자 탄성이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빠른 공에 직접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 한화 외야수 고동진(31)이 제대로 체험할 뻔했다.
고동진은 이날 3회 선두타자로 나와 리즈를 상대했다. 리즈의 3구째 150km짜리 직구가 고동진의 몸쪽으로 깊숙히 들어왔다. 고동진은 본능적으로 황급히 허리를 뺐지만 사람보다 공이 빨랐다. 빠른 공을 피할 수 없었다. 맞는 순간 큰소리가 났지만 고동진은 잠깐 통증을 호소했을 뿐 씩씩하게 1루로 걸어나갔다. 올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고동진에게 "군기가 남아있다"는 농담이 흘러왔다.

그러나 경기 후 만난 고동진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는 "맞는 순간 소리가 났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조금 스쳤을 뿐"이라며 겸연쩍어했다. 강속구가 그의 몸을 빠르게 스쳐갔고 통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행히 직접적으로 맞지않은 것이다.
지난 2년간 공익근무를 마치고 팀에 돌아온 고동진은 올해 한화의 기대되는 요인 중 하나. 지난 2년간 그라운드 밖이었지만 모든 경기를 지켜보며 스스로 연구하고 공부했다. 그러나 하와이 스프링캠프 초반 너무 무리한 탓에 최근에는 페이스가 조금 처졌다. 고동진은 "캠프 초반 너무 의욕이 앞서 지금은 조금 좋지 않다. 하지만 조금씩 경기감각을 찾고 있다. 투수들의 공도 눈에 들어 온다"고 자신했다.
워낙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탓에 얼굴이나 몸도 헬쑥해졌다. 그는 "지금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에는 잘하는 선수가 살아남지 않겠나.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리즈의 공에 맞은 날 고동진은 볼넷 3개와 사구 1개로 4타석 모두 출루했다. 특히 한 번에 10득점한 8회말 첫 번째 타석에서 이범준과 8구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범경기지만 살아나가려는 의지와 집중력이 돋보인 대목.
고동진은 "출루했지만 사사구로만 출루한 것이다. 방망이로도 치고 나가야 하는데"라며 "확실히 팬들이 보는 앞에서 야구를 하니 훨씬 즐겁고 재미있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며 웃어보였다. 방망이까지 살아나면 선구안이 향상된 고동진은 훨씬 좋은 타자가 된다. 그에게 기대가 되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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