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대화 감독은 최고 격전지로 2루를 꼽았다. 1루 김강, 3루 정원석, 유격수 이대수로 어느 정도 내야 밑그림을 그렸지만 아직 2루 자리는 미정이다. 오선진이 2군으로 내려간 가운데 군에서 돌아온 한상훈과 전현태가 경쟁하고 있는 모양새. 여기에 또 하나의 선수가 등장했다. 2년간의 공익근무를 마치고 컴백한 8년차 내야수 백승룡(29)이 그 주인공이다.
경남상고-경성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한화에 입단한 백승룡은 그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백승룡은 "야구를 제대로 해 본 기억이 없다"고 떠올렸다. 부상 때문이었다. 데뷔 초 1군에서 몇 차례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그에게 2007년부터 부상 그림자가 덮쳤다. 2007년 오른쪽 팔꿈치를 수술했고, 2008년에는 발바닥 종양으로 또 다시 수술을 받았다. 공익근무 첫 해였던 2009년에도 발바닥 종양이 재발에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백승룡은 "3년 연속으로 수술만 받았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제는 몸 상태가 완벽하다. 팔꿈치와 발바닥에는 수술의 상흔이 남아있지만 그의 마음은 새롭다. 실질적으로 4년 공백이 있지만, 지긋지긋한 부상에서 벗어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몸 상태가 좋기 때문에 제대로 야구만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백승룡의 말이다. 몸이 가벼워지자 의지와 독기가 생겼다. 지난해 소집해제된 직후 가을 마무리훈련을 시작으로 하와이-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맹훈련을 거듭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훈련을 한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열심히 한 만큼 조금씩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도 팀 내 가장 많은 5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한대화 감독이 강조하는 기동력 강화와 작전야구를 위한 하나의 카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백승룡은 "그린라이트를 받았다. 감독·코치님들께서 죽어도 좋으니까 뛰어라고 말씀하신다. 입대 전에는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죽어도 괜찮다고 하시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었던 한을 씻을 각오다.
백승룡은 지난 13일 LG와의 시범경기에서도, 8회 10득점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LG 투수 이동현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하며 귀중한 안타를 뽑았다. 그는 "수비와 주루만큼 타격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기회가 많다고 말씀들을 하시지만 결국 자리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자리가 있다고 해서 못하는 선수가 기용될 수는 없지 않은가. 자리도 결국 선수가 만드는 것이고 본인 하기 나름"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가장 큰 바람은 역시 부상을 당하지 않고 온전하게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부상 당하지 않고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 절실하다. 부상없이 한 시즌을 보낸다면 팀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것이 백승룡의 설명이다. 그의 바람대로 된다면 한화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생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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