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4홈런 타자인 주전 우익수가 지명타자로 이동했고 발 빠르고 수비 좋은 외야수는 군입대했다. 그리고 신예에게 무게중심이 기운 감이 있지만 아직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의 2011시즌 주전 우익수 경쟁에 대한 이야기다.
2011시즌 두산은 지난해 주전 우익수로 뛰며 2할6푼3리 24홈런 86타점을 올린 이성열을 지명타자로 이동시켜 출장시킬 가능성이 크다. 장타력은 나무랄 데 없이 뛰어나지만 포수 출신으로 낙구 지점 포착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던 이성열의 지명타자 이동으로 외야 구도 변화가 확실시되는 시점.

일단 지난시즌 후반기부터 김경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수빈이 조금 더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2009년 수원 유신고를 졸업하고 2차 5순위로 입단했으나 2년 간 1군 161경기에 출장하며 통산 2할8푼6리 4홈런 36타점 26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시범경기 개막전서 쇄골 골절상으로 전열 이탈하는 불운을 겪었으나 5월 말엽 1군에 합류해 3할2푼2리 1홈런 19타점 13도루로 활약했다. 지난해 김 감독 또한 재기넘치는 정수빈을 바라보며 "내년에는 한 번 스타로 키워볼까 한다"라고 이야기했고 어느새 새 시즌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선수 개인 또한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훈련에 임했고 소기의 성과도 비추고 있다. 높은 직구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범타를 양산한 동시에 몸쪽 슬라이더 유인구에 보였던 약점 상쇄에 힘을 기울인 정수빈은 "풀타임 주전으로 3할 타율과 30도루, 그리고 40타점을 올리고 싶다"라고 목표를 확실히 했다.
일단 우세한 위치를 점한 정수빈을 바라보는 임재철 또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2005년 3할1푼 타율로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한 동시에 2009시즌 군 공백을 무색케하며 주전 우익수로 맹활약한 임재철은 홀수 해 주전 우익수의 위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100% 이상의 힘을 발휘해 내 자리를 찾겠다. 그저 팀에 필요한 선수 정도가 아니라 중심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목소리를 높인 임재철. 표본은 굉장히 적지만 시범경기 2경기서 성적은 임재철이 앞서 있다.
정수빈이 2경기서 5타수 1안타(2할) 1볼넷(14일 현재)을 기록한 반면 임재철은 2경기서 5할(2타수 1안타) 2볼넷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임재철은 "이제 볼을 골라내는 데 있어 팀 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라며 자신의 강점인 선구안을 내세웠다. 지난해 2할9푼2리 38안타를 기록한 임재철은 사사구 39개를 얻어냈다. 출루율은 무려 4할5푼8리.
외야 수비력에서 임재철이 앞서 있다면 주루 능력은 정수빈이 앞선 상황으로 각자 대단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누가 나와도 활약상이 기대되는' 우익수 경쟁이다. 정수빈은 저돌적인 컨택 능력을 자랑하며 임재철은 투수를 극도로 지치게 하는 선구안을 보유하고 있다. 타선의 연결고리 노릇까지 해야 하는 두 선수의 성향을 고려하면 양자택일 속 한 명을 벤치로 앉히기 아까운 선수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4년부터 두산은 김창희-임재철-강동우-민병헌-유재웅-임재철-이성열 순으로 각 시즌 주전 우익수를 기용했다. 김 감독 휘하에서 2년 연속 주전 우익수 자리를 차지한 선수는 아직까지 없다. 올해도 그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누가 '호타강견의 대명사' 우익수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임재철-정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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