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칙릿영화를 예고한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이하 마블미)가 개봉을 앞두고 지난 14일 언론에 첫 공개됐다.
윤은혜, 박한별, 유인나, 차예련 등 대한민국의 대표 패셔니스타이자 화제를 몰고 다니는 네 명의 여배우의 출연 자체로 화제가 됐던 ‘마블미’는 20대 여성의 일과 사랑, 우정을 다룬 칙릿영화이다.
그동안 ‘칙릿’이라 함은 미국 드라마나 영화의 고유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나 ‘가십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이미 칙릿이란 장르와 친숙해진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한국형 칙릿드라마, 그것도 외모와 몸매, 패션센스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네 명의 여배우의 출연 자체로 기대를 모으기 충분하다.

영화는 외모도 연애도 취업도 중간‘쯤’하는 주인공 유민(윤은혜)과 타고난 외모와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놀 것 다 놀다가 운 좋게 톱스타가 된 혜지(박한별), 머리 좋고 자존심 강한 차도녀 수진(차예련), 부유한 집안에 귀여운 외모를 가졌지만 부족한 것은 오로지 영어실력 하나인 민희(유인나), 네 사람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외모와 연애, 그리고 앞으로 장래가 걱정인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20대 여성들의 모습을 담으려 한 ‘마블미’. 그러나 ‘마블미’가 대한민국 여성의 정답일까. 물론 정답을 찾으려는 영화는 아니겠지만 영화 속 그녀들은 지나치게 화려하다. 이 시대 여성들 중 줄기차게 마사지를 받고, 90만원이 넘는 블랙미니드레스를 서슴없이 사고, 명품을 대여하면서까지 허세를 부리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없다’고 단언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대다수는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 관객들이 과연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한 영화는 이 주인공들을 보여주는 과정마저 어딘가 본 듯하다. 프리랜서 작가를 하는 캐리(미드 ‘섹스 앤 더 시티’)가 미란다 편집장(영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을 만난 꼴이다. 나머지 주인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솔함보다 화려함이 먼저인 허울뿐인 20대 일뿐이다. 결국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를 꿈꿨던 ‘마블비’는 명품을 동경하는 20대 여성들의 판타지도,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현 시대의 젊은이들의 방황과 애환, 그 어느 것 하나도 그리지 못한 채 중간‘쯤’하는 영화로 남고 말았다.
bong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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