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떨고있니? 사건-재해 잔혹사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1.03.16 11: 00

가요계가 최근 1년에 두 번꼴로 ‘외부요인’에 의해 크게 휘청이고 있다.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와 곧이어 찾아온 김대중 전대통령의 서거로 ‘개점 휴업’한 바있는 가요계는 2010년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사실상 중단된 데 이어, 올해 일본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던 신한류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댄스곡이 다수를 이루고, 기본적으로 ‘축제’와 맞닿아있는 가요계는 이같이 ‘외부 요인’에 크게 휘청이는 현상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 행여나 국가적인 추모 분위기에 해가 될까봐 걱정하며 조용하게 일정 조정 등 분주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신한류를 이끌어온 가요계는 현재 일본 대지진 참사 소식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11일 지진이 발발하자, 현지에 있는 가수, 소속사 직원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일본 팬들을 돕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온 가요계는 이제 도쿄 음반사들의 기능이 차차 회복됨에 따라 향후 일정과 관련해 신중하고, 또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비스트와 카라가 예정대로 앨범 발매를 진행하며 각종 프로모션 일정을 정리해야 하는 가운데, 4월 콘서트가 큰 고민거리가 됐다. 크게는 10만명 규모의 콘서트도 줄줄이 예정돼있는는데, 특히 콘서트와 관련해서는 보다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에서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공연이 개최 가능한지 여부부터, 현지 안전상태도 점검해야 하고 무엇보다 추모 분위기도 의식해야 한다. 마음 같아선 모두 취소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연을 준비 중인 한 관계자는 “현지와 긴밀히 연락 중이다. 보험 처리 등 어려운 과제가 너무 많다”고 힘들어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추모 분위기와 관련해 기민한 대처를 해온 가요계지만, 해외 참사 대응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가요계가 국내에서 비보와 관련해 ‘올 스톱’된 것은 2009년 5월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때였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가요 스케줄이 모두 없어졌다. 일각에서 행사를 강행하려하자, 전진 등 가수들이 먼저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채연, 이정현 등 댄스곡으로 활동하던 가수들은 스케줄을 사실상 모두 없앴다.
 연이어 8월, 김대중 전대통령도 서거함에 따라 가요계는 또 한번 ‘한달 개점 휴업’에 돌입했다. 가요프로그램이 모두 중지됐고, 컴백이 모두 연기됐다. 특히 예술인들로부터 존경받았던 김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가수들은 일제히 추모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서태지가 이례적으로 소속사를 통해 애도의 뜻을 표했고, 다른 가수들 역시 활동을 자제하고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요계엔 이같이 슬픈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게 흔치 않은 일이라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2010년, 국가적 비보는 계속됐다. 3월 천암함 사태로 또 한번 음악프로그램이 한달 가까이 휴방에 들어갔다. 4~5월 행사를 앞두고 가장 섭외가 활발한 때이지만, 기존 스케줄 마저 모두 취소됐다. 사고 수습이 예상보다 더 길어지고, 숙연한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비와 이효리 등 톱가수들도 활동 시기를 크게 조정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연평도 포격 사태가 벌어졌다. 이제 국가적인 비보에 발빠르게 대처하게 된 가요계는 서둘러 컴백 일정을 뒤로 늦추고, 음악프로그램 결방에 대비했다. 가장 크게 난감했을 것으로 꼽히는 가수로는 언터쳐블이 있다. 이들이 준비 중이던 신곡 제목은 하필 ‘난리브루스’였다. 사태가 수습된 후 어렵게 컴백했지만, 신나는 댄스곡에 대한 반응이 쉽게 오진 않았다.
 
 가요계는 이같은 ‘개점 휴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이러한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하자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특히 앨범 발매 이후 2주간의 프로모션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풀이되는 아이돌 그룹에게 이같은 갑작스런 스케줄 변동은 치명적이었다. 당시 아이돌 제작자들 사이에선 “동방신기보다 북한군이 더 무섭다”는 말이 농담처럼 돌기도 했다. 막강한 팬덤을 가진 동방신기와의 동시 컴백은 무조건 피해야 할 일인데, 어느새 정치적 상황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연평도 사건으로 분주한 사태를 겪은지 얼마 되지 않은 가요계는 최근 일본 대지진으로 또 한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 상태다. 중형 이상의 기획사는 모두 일본 활동 스케줄을 짜고 있었던 만큼, 국내 가요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 가요관계자는 “뉴스로 접하는 끔찍한 장면들에 너무 가슴이 아프고, 또 그 와중에 현지 관계자들과 업무 이야기를 해야 하는 현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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