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드라마, 예능이 서로의 영역침범에 한창이다.
아이돌 가수들이 드라마 주연을 줄줄이 꿰차고 있는데 이어, 배우는 음원차트를 독식하고 예능은 신예 배우와 가수를 쏟아내고 있다. JYP와 SM은 드라마를 만들고, 드라마는 OST를 히트시키고, 예능은 음원까지 공급한다.

그래서 드라마엔 가수가, 음원차트엔 배우가, 예능에선 가수와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돌 가수들의 드라마 '침범'은 이제 트렌드를 넘어 '공식'이 되고 있다. 장나라, 비, 윤계상, 윤은혜, 세븐 등 가수들이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발탁될 때만 해도 하나의 '현상'으로 풀이됐지만 최근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높아지면서는 아이돌 주연이 당연시되기까지 하고 있다. 김현중이 KBS '꽃보다 남자'와 MBC '장난스런 키스'에 연이어 출연해 한류스타로 자리잡았으며, 소녀시대의 윤아, 빅뱅의 탑,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최강창민, 티아라의 은정 등이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슈퍼주니어의 희철, 시원, 동해, 성민, 2PM의 택연, 유키스의 동호 등도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는 SM과 JYP 등 가요기획사가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면서 더 활발해진 전망이다. JYP는 '드림하이'에서 미쓰에이의 수지, 2PM의 택연과 우영을 주연급으로 기용했으며, SM 역시 올 여름 제작할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소속 꽃미남 가수를 다수 캐스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음원차트는 드라마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다. 특히 올초 불어닥친 SBS '시크릿가든'의 힘은 상당했다. 백지영과 김범수가 부른 OST가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었고, 현빈은 OST를 직접 불러 가수들도 어렵다는 '올킬'에 성공했다. 최근에도 SBS '마이더스', KBS '가시나무새' 등이 OST를 발매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OST는 드라마에 있어 중요한 수익 창출 통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가끔은 드라마 속에서 맥락과 관계 없이 한가지 OST가 주구장창 플레이되기도 한다.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 한 PD는 "OST 판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다소 어울리지 않더라도 OST를 삽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빈이 확실한 성공 사례를 만들면서, 향후 인기 배우들의 음원차트 정복은 여러차례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인기 드라마가 끝나서 한숨을 돌릴 사이, 음원차트는 또 예능에도 크게 흔들린다. 지난해 엠넷 '슈퍼스타K2'의 출연자들이 내놓는 곡들이 '올킬'에 성공, 기존 가수들을 '머쓱'하게 만든데 이어, 최근에는 MBC '나는 가수다'가 재해석하는 명곡들까지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 기존 가수들의 곡이긴 하지만, 예능이 다시 살린 것이나 마찬가지. '나는 가수다'는 최근 리메이크 음원들을 공식 서비스하기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예능이 가요계를 움직이다시피 하고 있지만, 이는 곧 예능이 가요에 잠식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엠넷이 '슈퍼스타K'로 큰 인기를 모은 후, MBC의 유력 예능은 음악에 기대기 시작했다. '위대한 탄생'이 유명 가수와 프로듀서를 섭외해, 이들의 후배를 뽑는 오디션을 치르고 있고, '나는 가수다'가 전설적인 가수들의 경합으로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시청자들은 예능보다 음악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가수가 노래할 때 인터뷰를 삽입하지 말아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에 직면한 것이 그 반증. 웃기는 것보다 노래 전달이 더 주요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대중문화계에서 장르 파괴는 옛말이 됐지만, 예능에서 뽑은 인재가 드라마 주연이 돼서 OST를 불러 음원차트 1위를 할 날도 머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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