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포수 최동수'가 SK에 던지는 메시지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3.16 16: 52

"사람이 없잖아".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SK의 시범경기에서는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SK 1루수 후보 최동수(40)가 포수 마스크를 썼기 때문이었다.
최동수는 3-4로 뒤진 3회말부터 최경철과 교체돼 마지막 이닝까지 포수로 뛰었다. 경기 전 포수 수비 통보를 받은 최동수는 세리자와 배터리 코치의 포수 미트와 정상호의 프로텍터를 착용하고 나섰다.

3회에만 2개의 도루를 허용해 불안했던 최동수였다. 하지만 차츰 적응하는 듯 하더니 4회 2루로 뛰던 한상훈을 잡아내기까지 했다.
'포수 최동수'는 전혀 생소하지 않다. 최동수는 지난 1994년 포수로 LG에 입단했다. 하지만 선배 김동수(현 넥센 배터리 코치)와 거물 신인 조인성에 막혀 2001년 7월 27일 한화 잠실전을 끝으로 포지션 변경에 나섰다. 그해 최동수는 13경기에 포수로 나섰다. 공교롭게도 김성근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LG 지휘봉을 잡고 있던 때였다.
결국 최동수에게 포수 마스크를 벗겼던 김 감독이 다시 포수 마스크를 씌운 셈이다. 그렇다면 김 감독이 최동수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운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경기 전 이 질문을 받고 "사람이 없으니까"라고 한마디로 설명했다. 많은 의미가 담긴 답변이었다.
우선 SK의 포수난을 단적으로 설명한 것이었다. SK는 주전 포수가 박경완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 왼쪽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은 후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오는 4월 2일 시즌 개막전에 나올지 미지수다.
백업포수 정상호도 정상이 아니다. 전날(15일) 선발로 나와 2회 첫 타석에서 한화 선발 류현진으로부터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공격에서는 문제가 없는 모습. 하지만 2이닝만에 포수 마스크를 벗어야 했다. 아직 앉아있는데 불편한 상태다.
그런데 정상호에 이어 나온 김정남은 2개의 공을 놓치며 폭투를 내줘 수비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최경철과 김정훈은 공격과 수비에서 아직 김 감독의 성에 차지 않은 상태다.
고민을 거듭한 김 감독의 생각은 최동수에까지 미쳤다. 최동수는 일단 즐겁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박)경완이랑 (정)상호가 빠져 감독님께서 많이 답답하신 모양"이라고 김 감독의 마음을 헤아린 최동수는 "간만에 포수를 하니까 재미있다. 그동안 골반이 굳어있었는데 잘됐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박)경완이나 (정)상호가 돌아올 때까지 한시적으로 맡는 것 아니겠나"면서 "나로서는 전혀 손해 볼 일이 없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또 하나는 단순히 포수에 국한된 메시지가 아니다. 김 감독은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 캠프를 거치면서 "올시즌 전력이 지난 4년보다 가장 떨어진다"면서 "4강 진출이 힘들 수도 있다"고 거듭 말해왔다.
 
하지만 역대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면서도 김 감독의 표정을 밝지 않았다. "기존 선수들은 현재의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약간만 아파도 훈련을 쉬고 있다"는 김 감독은 "그렇다고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온 것도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급기야 이만수 수석코치를 2군 감독으로 바꾸는 등 코칭스태프의 깜짝 보직 변경까지 감행했다. 최근 수비를 보면서는 "내가 펑고를 치지 않아서 그렇다"고 자책했나 하면 "칼을 뽑아야 할 때인가"라고 뭔가 결단을 암시하기도 했다.
 
'포수 최동수'는 곧 김성근 감독이 누차 말한 'SK 위기론'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동시에 위기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포수 최동수'가 개막전에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김 감독은 그 1%의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최동수에게 마스크를 씌운 것이다.
한편 최동수는 경기 후 "오랜만에 하니까 재밌었고 송구도 생각보다 잘갔다"면서도 "오랜만에 하니 다리가 풀렸다. 조금 힘들었다"고 웃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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